■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반희경 (초미숙아 로희 양 어머니)
오늘이 1월 3일입니다. 어떤 희망들을 품고 새해 출발하고 계세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새해 희망과도 같은, 새해 선물과도 같은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지난해 몸무게 430g. 그러니까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태어난 작은 아기가 있었습니다. 초저체중아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조그맣게 태어난 아기는 처음에는 혼자서 호흡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기도와 의료진의 정성스러운 치료 덕분에 3.15kg의 정상 체중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합니다. 아기 이름이 로희예요. 로희 어머니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어머니, 안녕하세요.
◆ 반희경>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은 집이신 거죠?
◆ 반희경> 네.
◇ 김현정> 아기가 로희가 옆에 있나요?
◆ 반희경> 네, 옆에 있어요.
◇ 김현정> 지금은 자고 있어요?
◆ 반희경> (웃음) 네.
◇ 김현정> 아기를 바라보시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 반희경> 그냥 마냥 신기하죠.
◇ 김현정> 마냥 신기. 어디가 제일 예뻐요?
◆ 반희경>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얼굴 전체적으로. 눈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 김현정> 로희 위로 아들이 둘 더 있잖아요.
◆ 반희경> 네, 오빠 둘 있어요.
◇ 김현정> 오빠들이 너무 예뻐하겠는데요?
◆ 반희경> 네. 울면 안아주고 우유도 먹여주고 그래요.
◇ 김현정> 몇 살인데요, 오빠들이?
◆ 반희경> 지금 올해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돼요.
◇ 김현정> (웃음) 우유 먹여줄 만하네요.
◆ 반희경> (웃음) 네.
◇ 김현정> 그러면 이제 로희 치료는 완전히 다 끝난 겁니까?
◆ 반희경> 그런 건 아니고요. 지금 한 달에 한 번 계속 중환자실에서 치료했던 것처럼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도 보고. 계속 추적 관찰하고 있어요.
◇ 김현정> 이 아기 로희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가 임신 26주 차였다고요?
◆ 반희경> 네, 26주 4일이었어요.
◇ 김현정> 출산할 때부터 그러면 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겁니까?
◆ 반희경> 처음에 낳았을 때 선생님이 아이 사진 가지고 오셔서 말씀하셨을 때는 하루 생존, 3일 생존, 일주일 생존, 열흘 생존을 목표로 치료를 하시겠다고 하셨거든요.
◇ 김현정> 하루 생존 얘기까지 나왔어요?
◆ 반희경> 네.
◇ 김현정> 아니, 어머님. 430g이라 그러면 사실은 좀 느낌이 안 와요. 이게 어느 정도 작은 건가.
◆ 반희경> 저도 그때 처음 봤을 때 병원에서 인큐베이터 안에 큰 주사기를 펼쳐놓고 로희를 뒤에 놨더라고요. 그런데 그 주사기 정도만큼 키는 29.5cm였어요.
◇ 김현정> 큰 주사기만 한 크기. 손바닥으로 덮힐 정도.
◆ 반희경> 그 아이가 이제 인공호흡을 하기 위해서 코로도 (호흡을) 못 하니까 입으로 기관 삽관하고 그 얇은 혈관에 주사를 넣어서 영양제, 항생제 이런 거 들어가고. 그렇게 줄이 많이 달려 있었어요.
◇ 김현정> 몇 개나 붙어 있었어요, 주렁주렁?
◆ 반희경> 엄청나게 많이요.
◇ 김현정> 손바닥보다도 작은 아기한테 주사기가 그렇게 붙어 있고 아기는 눈도 뜰 수 없고 자가 호흡을 할 수도 없고 이런 모습 보면서 우리 어머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 반희경> 그냥 눈물밖에 안 났죠, 첫날은. 그런데 그래도 신랑이랑 우리한테 온 아이니까 건강하게 잘 자랄 거다. 우리가 약해지지 말자. 그러면서 하루하루 견뎠어요.
◇ 김현정> 안아보실 수도 없는 상태였던가요, 처음에는?
◆ 반희경> 네.
◇ 김현정> 사실은 아기가 태어나면 정말 품에 안아보고 싶거든요. 배 속에 있던 아이가 얘구나 하면서. 그런데 그걸 안아보지도 못하고 결국 인큐베이터 속에서 바라보기만 할 때 그때 엄마 심정이란 건 뭐.
◆ 반희경> 그렇죠. 그래도 우리보다 로희가 더 힘드니까 잘 견디자 이랬어요.
◇ 김현정> 지금 어머니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강하신 분 같아요.
◆ 반희경> (웃음) 아무래도 로희 앞에서는 그러지 말자 그랬죠. 저희가 가서 긍정 에너지를 줘야.. 이 아이도 잘 견디고 있는데 저희가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더 힘들지 않을까.
◇ 김현정> 그렇게 하루를 버틸까 말까 하던 아이가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일주일 지나고 계속 이렇게 견뎌내갈 때 얼마나 기특하셨어요.
◆ 반희경> 그렇죠. 그리고 모든 분들이 다들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이러셔서...
◇ 반희경> 의료진들은 사실은 그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환자들을 막 긍정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거든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마음 단단히 잡수십시오. 이런 얘기들 보통 하잖아요.
◆ 반희경> 처음에 면회를 갈 때는 하루하루 면회 갈 때마다 안 좋은 소식을 듣고 뒤돌아서는데 마음이 안 좋았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점점 로희가 잘 견뎌주고 그 고비를 자꾸 넘기고 넘기고 하더라고요. 미숙아 망막증도 있어서 이게 혈관이 안 좋게 자라서 이걸 시술해야 된다고도 했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없어지고 여태까지 수술을 하거나 시술을 하거나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김현정> 참 기특하네요. 진짜 고맙네요, 로희. 그러다가 한 4개월 만에 이제 인큐베이터에서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3kg 넘었습니다. 이 얘기 들을 때는 어떠셨어요?
◆ 반희경> 드디어 우리 집으로 오는구나. 우리 아들들도 볼 수 있구나. 저희 작은아이는 퇴원하는 날 로희를 보더니 로희가 웃었어요. 입이 벌어져 있었는데 엄마, 로희는 이빨이 없어. 이렇게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인큐베이터 속에 있는 아기 바라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 그때는 어떠셨어요?
◆ 반희경> 캥거루케어 할 때 안아봤었는데요, 가슴으로. 그 체온, 따뜻한 그 체온과 큰 아이들하고는 좀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정말 바라만 보던 이 아이, 핏덩이가 이렇게 자라서 내 품에 드디어 왔구나라는 그 뭉클함이 있었어요.
◇ 김현정> 연말과 새해에 우리 선물들 주고 받고 이러는데 진짜 이렇게 큰 새해 선물을 받아보신 적 없을 것 같아요.
◆ 반희경> (웃음) 네.
◇ 김현정> 로희가 마음에 아픔도 줬지만 걱정거리도 줬지만 또 이렇게 큰 선물을 주려고 그랬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 반희경> 저희는 막연히 예쁜 딸 그래요, 지금.
◇ 김현정> 이름도 참 예뻐요, 로희. 왜 로희예요?
◆ 반희경> 저희 큰애가 용회고요. 작은애가 광회예요. 회자 돌림이어서. 여자아이라 로희로. 앞자를 따서 '용광로' 이렇게 우리 가족 이름을 지었어요.
◇ 김현정> 큰아들 용, 둘째아들 광, 셋째딸 로 해서 용광로.
◆ 반희경> 네.
◇ 김현정> 왜 용광로입니까?
◆ 반희경> 저희 가족이 뭉치면 못 할 것 없다, 다 녹인다. 이런 뜻으로 그냥 이름을 짓다 보니까. 셋째가 생기면 그렇게 하자라고 신랑이랑 얘기를 했었었거든요. 그런데 셋째가 생겨서 지었어요.
◇ 김현정> 용광로, 못 녹일 거 없다. 우리 가족이 뭉치면, 세 아이가 뭉치면 용광로다. 멋진 가족. 어머님, 우리 로희 얘기 듣다 보니까 우리 청취자들도 저도 선물을 같이 받은 느낌인데 우리 로희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 반희경> 저희는 지금 첫 번째는 무조건 건강하게고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로희 주변에 많은 사람들, 많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외롭지 않게. 그동안 너무 외롭게 인큐베이터에 혼자 있었어서 외롭지 않게 주변에 기쁨이 많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로희한테요. 오늘 방송분을 녹음해뒀다가 로희 크면 좀 들려주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의 탄생을 축하해 줬다. 꼭 좀 이런 응원이 있다라는 걸, 외롭지 않다라는 걸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반희경>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 반희경> 감사합니다.
◇ 김현정> 로희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반희경> 감사합니다.
◇ 김현정> 430g의 초저체중아로 태어났던 아기 로희가 드디어 인큐베이터에서 나왔습니다. 그 아기 로희의 어머니 반희경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