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넘겨진 조국 일가…법정다툼 쟁점은?

1월 둘째 주 조국 일가 재판 일제히 진행
공판준비 단계서 공방 치열…본안심리는 달라질 듯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약 4개월간의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수사 초기부터 "범죄혐의가 있다면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한 만큼 법정 공방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법은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친동생 조모씨,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지난해 9월부터 순차적으로 기소됐다.

오는 6일엔 조범동씨에 대한 공판기일, 7일과 9일에는 동생 조씨와 정 교수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각각 열린다. 조범동씨에 대해서만 정식 재판이 진행됐고 나머지는 검찰과 증거문제, 공소장 변경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아직 준비절차를 마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며 정 교수의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병합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공소사실 중 상당부분에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송 부장판사는 앞서 세 차례 열린 정 교수의 공판준비기일에 검찰의 요구사항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송 부장판사가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며 고발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본안심리에 들어가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범죄혐의는 꽤 무겁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아들의 온라인 시험문제를 두 차례 연속 대신 풀어준 혐의 등은 최근 법원이 입시·학사비리를 엄중하게 보는 기조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의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조 전 장관 사건과 유사한 구조를 띄는 '정유라 입시·학사비리' 사건에서도 최서원(최순실)씨는 물론 이대 교수들에게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최씨에 대해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와 승자의 수사부터 먼저 배우게 했다"고 질타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학교 내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를 형법으로 다스려야 하냐는 데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혐의가 발견돼 기소됐고 증거도 확실하다면 법리적으로는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의 조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10월 31일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내일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연락을 받고 다음날 "준비되었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고 답했다. 아들은 조 전 장관 부부에게 객관식 시험문제 10문항을 촬영한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했다.

한 달 후인 2016년 12월 5일에도 같은 요청을 받고 시험 시작 무렵 아들에게 "준비되었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되,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메일로도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아들은 객관식 10문항 시험문제를 이메일과 메시지로 전송했다. 시험의 제한시간이 있었던 만큼 조 전 장관 부부는 시험문제를 각각 분담해 풀고 답을 아들에게 전송했다.

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업무방해의 대상이 한국 대학인지 외국 대학인지는 중요치 않다"며 "오픈북 시험이어서 외부자료 참고가 가능하더라도 학생 본인이 치러야 하는 시험에 타인이 개입했다면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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