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충돌' 여야 29명 재판에...총선판 흔들까

한국당, 공천 영향은 당장 크지 않겠지만
법정 공방에 지역구 표심 불리할 가능성
'야당 탄압' 프레임…'공정성' 공략 계획
국회법 빠진 민주당은 큰 위기감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21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국회의원 수십명을 무더기로 기소하면서 선거 판도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 공천 불이익 준다면 자기모순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약식기소 포함)된 정치인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소속 의원 23명,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다.

먼저 한국당에서는 당장 공천에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정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걸 두고 피선거권을 제한하거나 할 수 없지 않겠냐"고 밝혔다.

특히 기소 판단의 이유가 된 회의 방해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등의 혐의는 대부분 '당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불이익을 준다면 '자기 모순'이 된다는 점도 부담이고, 당장 황교안 대표도 함께 기소된 상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가산점'까지 부여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수사 대상에 올랐던 게 당내에선 '훈장'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오히려 훈장이다. 불명예스럽거나 공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그런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당 당규에는 강력범죄나 부패범죄 등 몇몇 혐의로 기소된 경우 피선거권이나 당직을 정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국회법이나 공무집행방해 등 검찰이 이번에 의율한 혐의는 빠져 있다. 여당에서 야당이 된 뒤로 '정치탄압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마련해둔 상태다.

지난달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총선기획단에서도 부적격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역시 하급심 선고를 기준으로 한다. 총기단 관계자는 "총선 전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 당직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의원직 상실 우려가 클까, 동정표가 클까

한국당이 우려하는 건 기소, 그리고 재판 전개에 따른 표심의 향배다. 당장 지역구 경쟁 후보들은 기소된 이들이 당선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법상 회의 방해 혐의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런 '낙인찍기'는 수사 단계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아울러 총선 전에 심리가 이뤄질 경우 피고인 출석과 법정 공방 과정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조될 수 있다는 점도 고심되는 대목이다. 판사 출신 한 중진 의원은 "지지자들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기소된 당사자에게 결코 유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지층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개인적 일탈에 의한 형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나름의 대의(大義)를 명분으로 한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소 시 얻게 될 동정표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손익이 상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은 당장 '야당 탄압' 프레임을 내세워 검찰 판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검찰 판단을 믿지 못한다는 여권의 논리를 똑같이 받아들여 수사의 공정성 문제도 거론할 계획이다. 당장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문제가 아직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형태로 청구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1심 선고가 총선 전에 나올 경우 '검찰 탓'을 이어갈 명분을 잃을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그 중심에 법원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나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 국회법 빠진 민주당, 위기감 달라

민주당에서도 당장 '정치검찰의 의도적 기소'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총선 연관성과 관련한 걱정은 비교적 덜한 분위기다.

기소된 의원 5명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의율되는 대신 모두 국회법 위반 혐의가 빠졌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달리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폭처법을 적용했을 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아야만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런데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에 그렇게 높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당내 대체적 시각이다.

민주당은 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천이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는 상태다.

변호사 출신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검찰이 민주당 의원들을 기소한 것은 한국당과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높은 형량을 받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병욱 의원의 경우 폭처법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다른 이들과 달리 공동상해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형량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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