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와 유 의원의 보수통합 논의는 완성 시한만 각자 제시했을 뿐, 원칙과 방식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한 상태다. 안 전 의원이 통합 열차에 탑승한다면 '제3지대 통합론'과 '각자도생'(各自圖生) 갈림길에서 치열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안 전 의원이 보수통합에 아예 선을 긋고 신당 창당 등으로 독자노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돌풍 시즌2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안 전 의원의 영향력이 과거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보수통합 열차 안철수 오를까…황-유-안 '3지대 통합', '각자도생' 갈림길
그의 복귀 일성은 '미래',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 등이었다. 향후 어떤 행보를 구체적으로 펼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측근은 "지금은 거대 담론을 얘기할 때"라며 "차차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의 끊임없는 복귀 러브콜을 받았던 안 전 의원이기에 정계개편의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야권 개편에서 가장 주목되는 보수통합에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보수통합 대주주로 꼽히는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각자 통합의 시한을 '1월'과 '2월초'로 제시하며 의지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양측 사이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황 대표 측은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에 방점을 찍는 반면, 유 의원 측은 현재 한국당을 제대로 된 보수세력으로 볼 수 없다며 보수재건 3원칙(▲ 탄핵의 강 건너기 ▲ 개혁보수 ▲ 새 집 짓기)을 전제로 내세운 상태다.
황 대표가 새해 첫날 꺼내든 보수통합추진위원회도 진전된 제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그가 새보수당과의 통합과 관련 "통합 얘기를 할 때마다 꼭 '유아무개'를 거명하면서 질문한다"라며 유 의원을 지칭한 부분도 양측의 불필요한 신경전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다.
안 전 의원이 통합 열차에 탑승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측근들은 안 전 의원 노선이 '중도'와 '개혁보수'를 포괄한다고 보고 있다. 중도보수층에 있는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안철수계 한 의원은 "지금의 한국당으로는 통합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며 "다만 3지대에서 개혁보수를 포함할 순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개혁보수로 나설 경우 '3지대 헤쳐모여식' 통합에 여지를 둔 셈이다. 이는 유 의원이 주창한 '새 집 짓기'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만약 양측이 3지대 통합론에 함께 힘을 실을 경우, 한국당을 향해 간판 및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은 그만큼 크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안 전 의원은 유 의원의 새보수당 합류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새보수당 역시 안 전 의원 복귀와 관계 없이 5일 창당을 앞두고 있다. 양측이 사실상 결별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인 가운데, 통합론에 함께 목소리를 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모양새다. 새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공감할 것이라 보기에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저희가 내세운 중도보수의 기치에 대해선 안 대표가 굳이 반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당은 안 전 의원을 향해 더욱 강하게 러브콜 중이다. 황 대표는 최근 안철수계 의원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한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중도로 나서서 국민의당도 해보고 대선에 나가기도 하고 해볼 것은 다 해봤다"며 "이제 보수 쪽으로 와야 대선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다. 한국당에 와서 충분히 펼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승민부터 안철수까지 모두 다 포괄하는 대통합을 해야 한다"며 "안 대표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의 복귀에도 한국당 중심의 통합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 신당 창당 독자노선 가능성…국민의당 시즌2 노리나
안 전 의원의 신당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바른미래당에 복귀해 당권을 쥐고 새로운 간판을 달거나, 아예 새로운 신당 창당이다. 안철수계 내부에선 후자에 무게를 싣는 양상이다.
첫번째의 경우 여전히 정리가 안된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가 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면서도 자신의 사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손 대표에게 '사퇴 약속'을 받아냈다고 판단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와 안 전 의원 복귀를 요구했던 안철수계 측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계 한 관계자는 "손 대표에게 아예 한줌의 기대도 갖지 않는 상태"라며 "호남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시 가서 아웅다웅 싸우는 모습이 비춰진다면 복귀 효과는 다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국민의당 '시즌2'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안 전 의원이 주도해 2016년 2월초 창당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로 군소정당의 생존율도 높아진 상태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양극단이 치열하게 정쟁하는 가운데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정당이 출범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의원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지금의 복귀 타이밍은 상당히 어중간하다. 안 대표가 마땅히 할 역할이 안 보인다"며 "과거 안철수와 같이 보면 안된다. 영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안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인 1월 말 국내에 입국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복귀해 정치 원로들을 두루 만나 향후 행보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 출마할 경우 과거 당선된 서울 노원병이나 고향인 부산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