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창의적 방법을 찾아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구미가 당길만한 묘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 靑 "대북제재 완화 나선다는 뜻은 아냐…창의적 해법 고민"
문 대통령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행동을 강조하며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는 최근 중러가 제출한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18년 10월 아셈(ASEM)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엔 대부 제재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현 시점에서 제재 완화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해서 우리는 한미공조를 통해 어떤 나라보다 명확히 지키고 있으며 그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공조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여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토대다. 미국이 여전히 "지금은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또 애초에 현재 유엔 안보리의 논의 진행 과정을 살펴볼 때, 우리가 중러의 움직임에 동참한다 하더라도 실현될 가능성도 없다. 안보리는 최근 중러가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놓고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지만, 큰 호응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굳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15개국(상임이사국 5개국+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없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공조라는 측면과 국제사회의 미진한 반응을 고려할 때, 북한이 아무리 원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실익이 적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추세를 유지하는 선에서 북한에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간의 평화를 위해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정상 간의 합의든, 민간 차원이든 남북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복안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북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입장차는 크다"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관광 분야에서 남북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대북제재가 북한과의 합작사업이나 사실상 거의 모든 물자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 재개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김 장관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재개 한다거나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에 앞서 남북공동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필요한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에게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만 이뤄지는 남한과의 교류협력은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 북미간 대화의 진전으로 제재 완화가 달성되지 않는 한 올해도 북한의 '통미봉남'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신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낸 바 있어 이번에도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는 북한의 홀대로 정부의 활동 공간이 줄어들었고, 잘못 움직이면 한미관계도 어려워질 수 있어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 상황은 당분간 북한이 협상의 틀은 유지하더라도 언제 레드라인을 넘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협력방안을 찾기보다는 상황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