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서는 선거가 열릴 때마다 과열 양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다른 마을과 달리 이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에 사는 주민 A씨는 지난달 17일 신임 이장선거에 참여하려고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권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A씨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마을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등록등본을 발부받아 길천마을 주민을 입증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A씨는 투표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A씨가 이를 문제 삼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A씨는 오래전부터 대대로 길천마을에 살아왔고, 이장을 3번이나 한 마을 '토박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 선관위원 역시 자신과 함께 산 이웃들이라며, 의도를 가지고 유권자 명단을 조작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이처럼 투표조차 하지 못한 주민이 수십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몇대째 길천마을에서 살았고, 젊은 시절부터 이장을 세 번이나 했다. 현재 이장 후보들이나 선관위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 함께 살아온 이웃들"이라며 "별다른 근거 없이 원주민이 유권자 명단에서 누락된 경우가 수십 건에 달한다. 의도를 가지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길천마을 선관위는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일부 주민이 명단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있으니 직접 확인할 것을 여러 차례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명단에 없더라도 투표 당일 증빙서류를 가져오면 투표권을 주겠다는 공지도 여러 번 했다며,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길천마을 선관위원장 B씨는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주민 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할 수 없어 유권자 명단에 누락이 발생할 수 있으니 직접 확인하라는 공지를 했다"라며 "선거 당일에도 주민등록등본을 떼 오면 투표권을 주겠다고 여러 차례 공지했는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길천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이장 선거가 열릴 때마다, 마치 총선을 방불케 하는 과열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인근 고리원전 등에서 나오는 사업 지원금을 집행하고 결산하는 권한을 사실상 마을 이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리원전이 지난해 길천마을을 포함한 주변 마을에 지원한 사업지원금은 87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 동안 지원금은 모두 296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이 마을은 평소에도 각종 사업을 두고 이권이 오갔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뒷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개발위원회나 자체 감사 등이 있지만, 이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 집행부가 사실상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견제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 역시 갈수록 과열 양상이 심해지고 각종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며 진상 조사와 자체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길천마을 주민 C씨는 "오래전부터 이장 선거나 사업을 두고 뒷말은 계속 나왔지만, 최근처럼 갈등이 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이장 선거가 끝난 만큼 새로 뽑힌 집행부가 각종 의혹을 투명하게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