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상당수 사유가 풍문이나 의혹을 확인하려는 차원인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이 풍문이라고 여기면서도 영장을 기각한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고소장 파쇄 의혹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라며 부산지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또 일반적인 사건 처리 절차를 봤을 때 '고소장 파쇄는 믿기 어렵다'는 다소 자의적인 의견도 달았다고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6일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검찰로부터 영장을 기각당한 이후 한달 넘도록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이뤄진 3번째 영장 신청이었다.
특히 경찰은 이번 보강수사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인 부산지검 전직 검사 윤모씨가 단순히 고소장을 분실해 바꿔친 게 아니라, 고의로 파쇄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까지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부산지검 관계자와 면담에서 나왔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든 감찰이든 의혹과 풍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이라는 절차를 밟는 건데, 풍문이라면서도 영장을 기각하는 검찰의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도 "의혹과 풍문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통상 압수수색이 이뤄져왔다"며 "검찰도 그동안 의혹과 풍문의 사실관계를 따지려는 목적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나"고 되물었다.
윤씨는 지난 2015년 부산지검 재직 당시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쳤다. 명백한 위법이지만 당시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윤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윤씨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징계 없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며,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을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이다. 뒤늦게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지난해 6월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