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투표 가능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는 점에서 '청년층 표심'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아울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군소 정당의 약진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 너도 나도 '만18세 50만' 표심 잡기
지난달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이번 총선 유권자는 53만명가량 늘어났다. 투표 가능 연령이 기존 만 19세에서 한 살 더 어려지면서다.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나 이번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5만명도 포함된다.
각 당은 일단 이들의 표심이 선거판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나이가 어릴 수록 기성 제도권을 불신하고 진보세가 강한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민주화 시대 이후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젊은층이 보수화됐다는 분석도 무시 못할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 10대들이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데, 유튜브는 극우 세력이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냐.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선거판 전체로 보면 이들이 대세를 뒤흔들 변수가 되긴 어렵겠지만 1000표 이내에서 승패가 갈리는 곳에서는 한 표가 아쉽기 때문에 청년들이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청년 민심' 공략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먼저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선거제가 국회 문턱을 넘은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부터 소속 '청소년 위원' 모집에 돌입했다. 이전부터 청년 신도시 등 각종 청년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던 민주당은 이날 영입인재 2호로 '이남자(20대 남성)'인 원종건(27)씨를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정의당 역시 속도전에 나선 상황. 만 18세 예비당원들을 이제 정식 당원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만간 '대규모 입당식'을 진행한다. 이참에 선거권을 만16세까지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수진영 가운데는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가칭)이 발빠르게 움직인다. 새보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최대 50%까지 청년층으로 공천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아직 전략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은 자기 주관을 갖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당국이나 교사들에 의해 편향적 사고관을 주입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당 총선기획단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고민이 많다"며 "처음 있는 일이니까 의견을 들어보고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총기단은 오는 6일 여의도연구원과 함께 관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 연대 없이 사생결단…군소정당 난립도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른 구도 변화도 예상된다. 여권에서는 이번 총선의 경우 '선거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자력 갱생' 가능성이 커진 상황. 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0석을 확보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포부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교섭단체 구성이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장 원자력 이슈와 52시간 유예나 최저임금을 놓고도 이견이 나올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 민주노동당이 가장 큰 안티 세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정의당은 줄곧 연대를 해 왔던 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에서는 위성정당, 이른바 '비례한국당'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지자들에게 정당 투표는 그쪽에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당 TF를 구성해 창당을 위한 발기인 200명을 확보했고 신당명도 내부 검토 중이다.
선거제 개편안을 주도했던 민주당에서는 같은 방식의 '비례민주당'을 만들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례한국당은 최대 29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군소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현재(지난달 30일 기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34곳이다. 창당준비위를 꾸리고 등록 절차를 밟는 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50곳에 이른다.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창당을 추진 중인 결혼미래당, 핵무기 제조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핵나라당 등 벌써부터 이색정당도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