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원순 시장의 고민은 불공정 해소에 맞춰져 있다.
그는 새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와 내 자식세대의 밝은 미래로 이어지지 않고, 당장 내야하는 집세, 사교육비, 대출이자가 내일을 꿈꿀 수 없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임계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순시장, "지금 우리사회는 불공정의 임계점"
박 시장이 바라보는 서울시의 모습은 이렇다. 재력 없는 부모를 만나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를 전전하는 젊은 청춘들은 오늘도 서울의 어느 대학가나 도심의 열악한 고시원에서 최소한의 주거권조차 보장받지 못한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러는 운좋게 대기업에 취직해 좋은 직장을 잡고 지옥고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젊은 세대도 있지만 직장을 얻고도 지옥고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더 많다. 이 지점에서 나온 서울시의 정책이 바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사업이다.
경제가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실업자가 널려 있고 경제성장이 1%대로 주저앉은 현실에서 청년일자리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문제가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은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나눠주고 서울-지역상생사업을 통해 지방기업 일자리 찾아주기와 창업지원에도 팔을 겉어 붙였다.
21세기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이 시시각각으로 한국사회의 존립을 옥죄고 있지만 정부의 출산,보육,초등돌봄 정책은 '저출산 추세'를 완화하거나 반전시키는데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 기르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게 서울시의 촘촘한 돌봄서비스다. 신혼부부 주거지원과 돌봄체제 구축에 서울시는 내년에 무려 4조5천억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이처럼 소외받은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돌보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서울시의 정책은 다양하다. 그래서, 불공정이나 불평등 해소란 프레임을 갖지 않은 채 서울시정을 들여다 보면 '미로' 처럼 보인다.
◈'청년 일자리 주거문제'로 역량 집중
이런 점을 감안, 지난 2012년부터 내리 8년동안 서울시장직을 수행중인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연말부터는 시정에 일정한 변화를 주고 있다. 재임 초중반 끝없이 벌려가기만 하던 시정을 ▲돌봄체계구축 ▲청년지원 ▲창업.일자리 만들기 ▲미세먼지 대책으로 단순화시켜 집중성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박 시장이 '공정'을 새해의 화두로 꺼내든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시정의 집중성이 높아지고 지향점도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31일 CBS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주거문제나 복지, 청년문제 등 사회속 불평등이 워낙 심해서 공정이 가장 큰 화두다"며 "시민들을 만나서 여러 얘기를 듣지만 일반화시켜 보면 결국 지역균형발전이나 공평한 세상, 내 삶의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더라"고 말했다.
재임 8년동안 추진해온 수많은 정책들을 공정이란 키워드를 통해 하나로 엮어내고자 하는 2020년은 여러가지 점에서 박원순 시장에게는 변곡점이다.
2021년부터는 차기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선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경자년 새해는 이런 점에서 그에겐 골든타임이다. 시정의 성과는 그가 염두에 둔 대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경자년 새해는 박원순의 변곡점이자 골든타임
박 시장의 시정에서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돼 온 '선택과 집중'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지속적인 여론지지도 하락이란 현실은 박 시장 진영을 긴장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눈에 띠는 이슈대응이나 잇따른 토론회를 통한 정책구상 가다듬기 등 서울시정을 뛰어넘는 이슈대응에서 현상황에 대한 고심을 엿볼 수있다.
2020년 새해가 박원순 시장에게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자못 크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고 다가오는 4월총선을 기점으로 여권내부의 대권경쟁이 불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거치면서 청와대의 구심력이 약해지는 동시에 여권내부에 차기주자군이 서서히 가시화하면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이낙연 전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와 맞붙을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총선에서 그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대략 30~40명 가까운 의원들이 박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지만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확장성을 보여줄 지가 당내 경선의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당내 의원들의 지지성향과 관련해 박 시장은 최근 "민주당내에 (저를)좋아하거나 관계 가 있는 사람은 제법 있다. 생각보다 많다"고 밝히면서도 "서울시장 3선이 그랬던 것 처럼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해서 되는 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펼쳐질 여권 세력구도 재편 과정에서 또 하나 넘어야할 산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권력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이 지난 뒤에도 공고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어 소위 잠룡들의 여권내 입지는 여전히 협소하다. 시민운동에서 곧바로 행정가로 뛰어든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 정치 기반이 없을 뿐아니라 대중 정치인 이력도 없어 충성도 있는 지지층이 없다.
지난해 사업 시작절차만을 남겨둔 광화문 광장 재조성이 여권핵심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별다른 저항없이 수용한 것이나 정부 우위의 부동산정책 등은 서울시로서도 정치적 한계를 절감하는 부분이다.
박시장이 정치공학에 의존하려기 보다 시정에서 추구했던 '공정'이란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것도 현실정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경자년 새해는 여러가지 점에서 박원순 시장에게도 도전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