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깨뜨리고 권한 분산을 향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반응이 있지만, '옥상옥', 견제장치 없는 '거대 사정기관' 출현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31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 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위 공직자가 저지른 부정부패에 맞서 엄정한 수사를 펼치는 한편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는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 법안이 통과하면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점은 기소권을 비롯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견제하며 개혁 작업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전날 SNS를 통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철옹성처럼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뤄지고 있어 눈물이 핑 돈다"고 환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날 SNS에 "제도와 상식이 만들어 나갈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바로 끼우기 시작했다"며 "법이 권력의 흉기가 아니라 온전히 국민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위한 시간에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검사들도 공수처법 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도움으로 검찰의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건강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공수처법 수정안을 두고 검찰이 반발한 것을 두고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해 보기 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도 "공수처법이 드디어 통과됐다. 전 국민을 국회법 전문가로 만들어주고 전 국민이 국회 회의 생중계를 김연아님 올림픽 경기 생중계처럼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도록 만들어 준 한 해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 설치는 시민 사회가 해 온 반부패 운동의 결실"이라며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범죄를 근절하고 검찰의 권한을 분산 시켜 검찰 개혁을 가속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검찰을 견제하겠다며 등장한 공수처가 오히려 견제 장치가 없어 스스로 기존 검찰과 같이 무소불위 권한을 갖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안에 있던 기소심의위원회 마련 안이 빠졌거나, 상급기관이 아닌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상황을 통보받도록 한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이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규정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경지검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앞으로는 현 정권이 잘못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수사 같은 건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당장 눈엣가시인 검찰부터 수사대상이 되지 않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 백원기 국립인천대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권을 전담하는 검찰 이외에 또 다른 제2의 기관을 창설하는 것은 위헌적인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관장을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본적인 수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공수처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던데 왜 그것만이 검찰개혁의 방법이라고들 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법안 통과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법안 통과로 "이미 손을 떠났다"고 보는 분위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도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