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 언론 시사회에서 안재홍은 이렇게 말했다. 촬영하던 때가 겨울이라 북극곰 수트를 입는 게 오히려 반가웠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았다고.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 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렸다. 안재홍은 태수와 북극곰을, 강소라는 소원과 사자를, 박영규는 서 원장과 기린을, 김성오는 건욱과 고릴라를, 전여빈은 해경과 나무늘보를 연기했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최대한 진짜같이, 실감 나게 동물 연기를 한다는 구성의 이야기는 독특하다. 동시에 배우들에게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각자 동물 연기를 할 때 어디에 포인트를 주었냐는 질문에 안재홍은 "북극곰 수트가 가진 규모감, 무게감을 최대한 몸에 익혀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물의 수트를 입게 되어서 아주 즐겁고 신났다"라고 답했다.
강소라는 "제가 맡은 사자는 여기 나오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사족 보행해서 몸을 일으키면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몸을 가리는 방법과 은폐, 엄폐하는 방법을 썼다. 알러지가 있어서 탈을 쓰고 있으면서 불편해하는 모습을 많이 연출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초반에 북극곰 연기를 했다가 기린으로 바꾸는 박영규는 "저는 나이도 먹고 해서 처음에 탈을 쓰고 하니 진짜 힘들었다"라며 "다행히 중간에 내가 갈아탔다. 어쨌거나 탈을 쓰고 연기하는 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동물원 놀이를 한 것 같아서 힘들었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촬영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성오는 "고릴라 탈을 쓰면 제 덩치보다 상당히 크다"라며 "(탈을 쓰면) 저는 앞을 못 본다. 고개를 한 요 정도 숙여야 고릴라가 정면을 보고 있다. 어느 정도 숙였을 때 고릴라가 정면을 보고 있구나, 15도로 하늘을 보고 있구나 하는 걸 익히는 데 중점 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여빈은 "나무늘보는 사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발톱이 굉장히 길어서 자유롭게 행동하기가 힘들었는데 그 부분에 힘을 받아서 캐릭터(표현)가 되는 데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강소라는 "탈 무게도 있고 화장실 가는 문제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사람이 편했고, 정신적으로는 동물이 편했다"라고, 김성오는 "몸에 있는 탈은 입고 머리 탈은 벗었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머리 탈을 쓰면 앞이 안 보여서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여빈은 "저는 나무늘보를 했을 때 좀 더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결론은 둘 다 재밌었다"라고 밝혔다.
박영규는 "저는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것 같아서 처음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별로 읽어보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손 감독 영화를 일찍이 봤다. 아무리 대본을 안 본다고 해도 감독님을 믿었기 때문에 한다고 했다"라며 "오늘 영화 처음 봤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같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봄눈 녹듯이 녹은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해치지않아'는 '너무 많이 본 사나이',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약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손 감독은 "제가 데뷔한 지가 꽤 오래됐는데 저도 처음 데뷔할 땐 이렇게 적은 편수를 하게 될지 몰랐다. 이번엔 원작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지만 보통 직접 대본을 디벨로핑하는데, 하다가 중단한 게 세 작품 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라며 "(이 속도라면) 죽기 전까지 한두 편 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신작이 개봉한) 이 시간을 아주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간직하겠다"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영화 '해치지않아'는 내년 1월 1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