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 2층 멀티스튜디오에서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민회 대표이사는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이 받은 상처와 실망감을 생각하면 그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않을 줄 안다"며 "하지만 지금에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J ENM 음악채널 엠넷에서 2016년부터 방영된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 투표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는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네 번째 시즌인 '프로듀스X101'이 진행됐는데 일부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최종 득표수 차이에 일정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 미심쩍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의혹은 '프로듀스' 시리즈 전 시즌으로 확대됐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작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 김용범 CP와 안준영 PD 등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허 대표이사는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위 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다"고 선언했다. 허 대표이사는 "그러면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도록 하고 구체적인 기금 및 펀드 조성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세부안이 확정 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각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3와 시즌4를 통해 탄생한 그룹인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 기간이 남아있으나 논란의 여파로 존폐기로에 놓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 허 대표이사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면서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허 대표이사는 "멤버들이 겪고 있을 심적 고통과 부담감, 그리고 이들의 활동 재개를 지지하는 많은 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그룹의 향후 활동을 통해 얻는 엠넷의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보상도 조속히 실행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끝으로 허 대표이사는 "이번 사태는 저희의 잘못이지, 데뷔한 아티스트들이나 연습생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함께 보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다시 한 번 엠넷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조작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데뷔했던 사람도 있는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활동이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심적 고통이 크게 느껴졌고,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댓글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속사들과 기존 멤버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협의를 하는 중인이지만 확정은 아니다"라면서 "멤버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해외에 진출하는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에 대한 자금지원, 작곡자 및 언더그라운드 가수 창작 지원, 중소 기획사 신인 발굴 육성, K팝 발전 연구소 창설 등을 위해 쓸 계획"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아울러 시청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환불조치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그룹 프로미스나인을 발굴한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를 둘러싼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 사과 및 피해보상에 대해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번 사건은 K팝, 한류, 음악시장 생태계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K팝과 한류를 알리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