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최진동 장군 사진 찾았다

반병률 교수, 최 장군 딸 증언 거쳐 최초 공개
1922년 극동민족대회 영상에서 최운산 추정 모습도 발견

일제강점기 독립군 부대 대한군무도독부와 대한북로독군부 사령관을 지낸 최진동(1882∼1945) 장군이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과 함께 1922년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해 찍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외대 사학과 반병률 교수는 지난해 7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의 사진·영상물보관소에서 1922년 1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 소극장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 개회식 영상을 입수해 그해 8월 공개했다.

반 교수는 그때 최진동 장군을 비롯해 김규식·여운형·조봉암·홍범도·김단야 등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참가 접수증을 발견하고 사진도 여러 장 확보했으나 홍범도와 함께 사진에 찍힌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다가 유족의 증언으로 최진동 장군임을 확인한 뒤 30일 연합뉴스에 알려왔다.

최진동 장군의 동생 최운산(1885∼1945) 장군의 손녀인 최성주(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씨는 "이 사진을 미국 하와이에 사는 당고모(최진동 장군의 딸 최경주 씨)에게 보내 '아버지가 홍범도 장군과 함께 찍은 이 사진이 어릴 때 집에 걸려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경주(87) 씨는 최진동 장군 자녀 가운데 홀로 생존해 있으며 현재 최진동·최운산 형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하자 이에 맞서 소련은 국제공산당(코민테른)을 앞세워 극동민족대회를 개최했고 한국·중국·일본·몽골 대표가 참석했다.

'홍범도 일기'에 따르면 홍범도 장군은 소련 최고지도자 레닌을 접견하고 권총 1자루와 금화 100루블, 레닌이 친필 서명한 '조선군 대장' 증명서 등을 선물 받았다.

반 교수가 공개한 사진에는 군복 차림의 두 장군이 차량에 기댄 채 레닌에게서 선물 받은 권총을 사진에 잘 보이도록 앞으로 돌려 허리에 차고 있다. 이 사진 중에서 왼쪽 홍범도 모습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졌으나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은 반 교수가 처음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반 교수는 "홍범도와 함께 있는 인물을 고려인 출신의 볼셰비키 적군(赤軍) 장교로 추정했는데 유족의 증언으로 최진동 장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홍 장군과 함께 레닌에게서 권총과 군복을 선물 받았다면 그에 버금가는 독립군 대장으로 예우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운산 장군 유족은 반 교수가 입수한 극동민족대회 개회식 영상 속에서 최운산 장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샤프카(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외투 차림의 세 인물 중 가운데가 최 장군이라는 것이다. 왼쪽은 여운형이고 오른쪽은 알 수 없다.

최성주 씨는 "제대로 된 할아버지 사진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영상 속에서 발견하고 반가웠다"면서 "하와이의 당고모께서도 '작은아버지가 맞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병률 교수는 "참가 접수증에서 최운산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해 사진 속 인물이 최운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의 경우 옵서버로 참가해 참관기를 남긴 사람도 있으므로 최운산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진동·최운산 형제는 19세기 말 고종이 파견한 북간도 옌볜(延邊) 관리책임자(도태) 최우삼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들은 동생 최치흥과 함께 만주에서 무장항일투쟁을 벌였으며, 특히 최운산은 생필품 제조업·목축업·무역업에서 번 돈으로 독립군을 최신 무기로 무장 시켜 형과 함께 1920년 봉오동 대첩을 이끈 숨은 주역으로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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