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개최된 류현진(32)의 입단식에서 등번호 99번에 대한 현지 미디어의 질문이 나왔다.
등번호 99번은 그가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LA 다저스에서도 사용한 숫자다. 류현진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지지만 캐나다인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캐나다의 스포츠 영웅이자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 웨인 그레츠키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그의 등번호 99번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역사상 유일하게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와 야구는 전혀 다른 종목이지만 캐나다에서는 등번호 99번이 갖는 상징성이 워낙 크다. 그동안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99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없었다.
토론토 구단 역사상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대 규모인 4년 8000만 달러(약 930억원)에 계약한 류현진은 자신이 쓰던 99번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토론토에서는 화제가 됐다.
등번호 99번의 의미를 아는지 묻는 미디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중요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대신 답했다.
스캇 보라스는 "캐나다가 LA에 등번호 99번을 빌려줬다. 류현진이 등번호 99번을 다시 캐나다로 갖고 왔다"고 말했다.
웨인 그레츠키와 등번호 99번을 사랑하는 캐나다인의 정서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토론토의 새로운 에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재치있는 답변이었다. 스캇 보라스는 웃었고 입단식 장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스캇 보라스는 윈터미팅 때 토론토가 류현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계약 배경을 설명했고 향후 류현진이 토론토의 젊은 선수들과 좋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