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눈치 저눈치보며 눈칫밥을 먹은 지 40년에 가까운 사람도 있었다.
아들·딸뻘을 넘어 손자·손녀뻘되는 '공무원'들이 '상전'으로 왔다가기를 반복하는 세월속에 행정전산망 아이디나 비번도 없어, 먼 발치에서 부러운 눈길을 숨기며 이제까지 살아왔다.
서울시 강서도로사업소 A '실무관'은 26일 오후 2시 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공무직 퇴임식' 답사를 통해 만감이 교차한 듯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고 인정받는 세상, 더 나아지는 세상을 위해 서울시 공무원과 공무직이 다함께 힘써달라"며 울컥했다.
평소 근무할 때 한 번도 입어보거나 맬일이 없었을 양복과 넥타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쑥하게 차려입고 퇴임식장에 나왔고 가족들은 다목적홀 2층에서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치며 떠나는 길을 함께 했다.
A 실무관은 "일에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임했으나 근무여건이 열악하고 뒤늦게 처우개선이 이뤄졌다"고 답사했고 답사 직후 사회자는 "이 실무관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애초 퇴임식 격려사는 박원순 시장이 하게 돼 있었으나 서울시 예산설명회 참석차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로 가면서 불참했다.
박 시장은 격려사에서 "서울시 구석구석 여러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냈으며 7년 전 그날 여러분에게 공무직증을 걸어드렸던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상을 받은 공무직이나 임명된 지 갓 10일 밖에 되지 않은 문 부시장이나 사실상 서로가 초면이나 다름없어, 악수를 하면서도 서먹하고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이어졌다.
문 부시장마저 퇴임식이 채 끝나기도 전인 오후 3시 10분 일정을 이유로 먼저 식장을 나갔다.
퇴임식장의 한 친인척은 "박 시장이 격려사에서 '노동존중특별시로서 명실상부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했는 데, 박 시장에게는 평생 낮은 곳에서 온갖 차별을 온몸으로 겪었을 공무직의 마지막 행사보다 구청순회 예산설명회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