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 김정은-트럼프, 미워도 다시 한 번?

트럼프, 김정은에게 협상 촉구 트윗.(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물론 내년 한 해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됩니다. 좀 이른 전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상황은 없으리라 조심스럽게 내다봅니다. 기본적으로 김정은과 트럼프의 공동 운명체적인 관계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밉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관계, 미워도 다시 한 번인 셈이죠.

◆ 김덕기 > 지난 주 방송에서도 연내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는데 그런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고, 북미 간 긴장감도 얼마 전과 비교하면 많이 완화된 느낌입니다. 현 상황부터 점검해보죠.

◇ 홍제표 > 험한 ‘말 폭탄’이 오가며 당장이라도 부딪힐 것 같던 며칠 전까지 상황과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거친 어조의 담화를 발표하던 북한이 지난 14일 이후 열흘 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단적인 증거입니다. 심지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 방한(15~17일) 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 김덕기 > 하지만 너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불안한데요.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D-데이’가 임박한 것 아닐까요?

◇ 홍제표 > 물론 아직도 ‘크리스마스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 한국 담당 국장은 그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그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2일 당 중앙군사위를 개최한 것이 이미 도발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그 시점으로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우리 시간으로는 오늘 오전을 예상했습니다. 그는 한중 정상회담도 북한 도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방송 내용 들어보시죠.


“한중 정상회담이 공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미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 김덕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방송에서 밝혔듯 연내 도발은 다수설이 아니라는 거죠?

◇ 홍제표 > 그렇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기상 상황까지 감안해 내일 오후설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고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앞서 서둘러 도발을 감행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는 것 보다는 하나씩 활용하는 게 북한으로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낙관론과 마찬가지로 이런 최악의 비관론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숨고르기, 일종의 속도조절에 나선 이유는 뭘까요?

◇ 홍제표 > 사실 북한으로서도 도발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부담스러운 선택입니다. 이런 속내는 이미 북한이 최근 담화에서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예컨대 가장 최근 담화에서 ‘거대한 힘’을 위협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면 연말이 편할 것이란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 제재완화 결의안을 제출하며 북한 편을 다독였습니다. 비건 대표의 한중일 방문도 북한의 도발 명분을 약화시킨 효과가 있습니다. 어찌됐든 미국도 대화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북한이 책임 전가할 여지를 줄인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일부 언론이 한미 양국 특전부대가 북한 요인 생포훈련을 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미국 측이 “터무니없이 잘못됐고 위험한” 보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죠.

◆ 김덕기 > 그렇다면 북한은 내년에도 극한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까요?

◇ 홍제표 > 정세가 어느 때보다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긴 합니다. 하지만 북미 양측 지도자 모두 극한 대결을 벌이는 것은 잃을 게 너무 많은 위험한 도박입니다. 간혹 긴장이 높아지겠지만 상황을 그럭저럭 관리하며 장기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당분간은 핵 활동을 재개하거나 로켓시험장을 개보수하거나 하는 저강도 조치에서 시작해서 점점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이고, 행동에 나선다면 본인들이 말한 것처럼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에 실망을 했더라도 그래도 그가 재선을 해야 그나마 ‘톱다운 핵 협상’의 승산이 있습니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에 큰 타격을 줄만한 도발은 피해야 하겠죠. 둘째, 만약 트럼프 대통령은 가망이 없다고 보고 차기 정부와 협상을 하려는 요량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민주당 집권 시에는 북핵 문제에 더욱 강경하게 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온건한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합리적 판단을 한다면 어떠한 경우든 트럼프와 완전 결별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슬아슬한 ‘줄타기’식 도발은 이어갈 전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엔 제재는 피하면서도 도발 효과는 누리는 이른바 ‘틈새 전략무기’가 무엇일지도 또 다른 관심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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