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일치된 목소리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는 등 섣부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자제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목적 중 하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중국과 일본의 기여를 당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24일 중국 청두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가 3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북미의 조속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도 "대화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이고 싶고, 한반도 지역의 장기적인 안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술 더 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의 안전보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날 시진핑 주석도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최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에 이르러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중일 3국 모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 국면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북미가 다시 대화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치된 인식을 보인 것이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고 미국의 변화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경우 판을 깨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약, 미국과의 협상 기반이 무너질 경우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은 제한적이다.
'자력갱생'만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에 이르기 힘들기 때문에 북한은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내 줄 한국이나 중국, 식민지배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일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중일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 평화는 3국의 공동 이익이며, 북미 대화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이기에 협상 판을 깬 북한에 손을 내밀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게도 외면받는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주시하고 한동안 상황 관리에 치중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