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반대해온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법안 통과를 대비한 플랜비(B)를 본격 꺼내든 셈이다.
지난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현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 중이지만, 쪼개기 임시회 전략으로 오는 26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에 맞선 대응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1 협의체(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253(지역구)+47(비례)’ 현행 제도 내 비례대표(연동률 50%‧연동률 적용 30석)만 변형시킨 선거법을 본회의에 올린 상태다.
이 제도가 내년 총선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당은 그동안 수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플랜비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한국당’ 창당 준비 완료…당명‧현역투입 등 홍보전략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도입될 경우 한국당의 고민 지점은 ▲한국당 연계 위성정당 홍보 ▲총선 후 합당까지 이탈방지 조치 마련 등 크게 2가지로 수렴된다.
한국당 내에선 지역구 후보 당선과 별개로 지지층의 표를 ‘비례한국당’에 몰아준 후, 총선이 끝나고 합당하는 방식이 최적의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위성정당이 실제로 한국당과 연계된 정당인지 여부를 지지층이 정확히 알 수 있겠냐는 점이다.
지지층에게 위성정당을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당명’과 ‘현역의원 보내기’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가 통과되고 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며 “'비례한국당'은 이미 다른 분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당명을 사용할 수도 있다. 아니면 독자적인 새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강성보수 단체 출신 최모씨가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 한국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들은 지지층이 인식하기 쉬운 당명 후보군을 7~8개 정도 마련해 이미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명 연계와 함께 현역의원을 위성정당에 투입해 홍보에 나설 계획도 구상 중이다.
투표용지의 비례대표 정당 순번이 각 당의 현역의원 수에 따라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30여명 이상이 ‘비례한국당’으로 이동하면 기호 3번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나아가 한국당 내 현역의원들이 ‘비례한국당’으로 이동해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지지층들에게 홍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총선 후 ‘비례한국당’과 합당…이탈방지 조치 관건
해당 시나리오대로 창당 작업과 투표가 진행될 경우, 남는 장애물은 ‘비례한국당’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위성정당에 투입될 현역의원들은 대체로 불출마 선언 의원들과 비례대표 후보군 등이 거론되는데, 총선 과정에서도 이들이 한국당과 ‘신뢰’를 끝까지 유지해줘야 계획이 성공한다.
자칫 위성정당에 투입된 현역의원들이 지분을 요구하거나, 당선 후 합당을 거부하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셈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위성정당을 만들게 되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에 표를 몰빵해야 한다”며 “현역의원들은 위성정당에 가서 자리만 채우면 되는데, 원내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막판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로누적 등으로 이날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황 대표는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원내 상황을 지켜보며, ‘비례한국당’ 창당 등 후속 전략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오는 26일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황 대표의 지시만 떨어지면 신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같은 당내 전략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에서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처음부터 공수처는 여당에 내주고 선거제는 부결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가장 좋은 작전이었다”며 “역대 총선에서 나온 민심을 보면 절묘하게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