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등으로 15억 원 또는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거래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내려가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입학‧방학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주요 학군 동네의 '귀한' 매물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1~14단지 아파트는 27평형을 기준으로 최근 사이 호가가 5000만 원 이상 훌쩍 올라간 상태다.
목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동네는 원래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최근 그 정도가 더한 것 같다"며 "4억 원 후반대에서 5억 원 중반까지 가던 매물 가운데 다수가 지금 5억 원대로 옮겨졌고, 리모델링으로 잘 갖춰놓은 일부 집은 부르는 값이 6억 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역시 "간간이 나오는 해당 평형 전세 가격대가 5억 후반대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좀 더 싼 급매물이 나오면 꼭 알려달라'며 대기 중인 수요자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양천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0.43%에 달했다. 서울에서 강남구를 빼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는 12‧16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의 상황이 반영된 수치인데, 시장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강북의 주요 학군 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역시 최근 전세 호가 상승이 심상찮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매물이 귀해 이맘때쯤 호가가 곧 시세가 돼버리는 것은 목동과 마찬가지인데, 그 부르는 값이 수천만 원씩 턱턱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은행사거리 근처 아파트의 경우 매매는 문의 자체가 뚝 끊긴 관망세인데, 전세는 상승세"라며 "32평형을 기준 현재 호가가 5억 7천만 원에서 6억 원까지 이르는데, 한 달 사이 5천만 원 정도는 올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최근엔 '빠져나갈 만한 집'들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며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올려도 세입자들이 그걸 감당하면서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보통 수능시험 이후 다른 동네로 나가는 고3 가족들의 이사 움직임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교육 1번지' 강남구는 두말할 것도 없다. 최근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불붙은 수요가 전세시장에도 번져가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른바 '강남8학군'과 인접한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 21일 94.49㎡ 전세가 16억 원에, 역시 주요 학군과 인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9㎡는 지난 18일 15억 8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번 대책에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줄이기 위해 취득세·재산세 혜택을 받는 주택을 수도권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고 미성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게 하는 등 조치가 담겼지만, 그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