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동 4층 불투명 유리문 뒤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파란색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투명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있는 미숙아들을 돌보는데 분주했다.
아기의 활력징후(vital sign)를 나타내는 뚜 뚜 기계음과 의료진의 파란색 가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사이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차가운 기계음에 둘러쌓여 있던 박이른(가명,여,3개월)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품에 안긴 듯 편안히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100일을 맞는 이른이는 3개월 전, 2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다.
40주를 채우지 못한 채 31주만에 태어난 이른이는 출생 직후 곧장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태어난 직후 지금까지 인큐베이터에서 크고 있지만 이른이는 매일매일 엄마의 목소리 속에서 눈을 뜬다.
이른이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담긴 mp3 파일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담아 병실에 틀어놓은 덕분이다.
해당 블루투스 스피커는 한화 갤러리아측이 메이크어위시한국지부를 통해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지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꿈틀꽃씨 쉼터에 레고 장난감과 학용품 등이 담긴 선물박스 160개를 쌓아 만든 크리스마스 나눔트리를 만들어 환아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꿈틀꽃씨는 치료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소아완화의료 프로그램이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꿈틀꽃씨 담당 문이지 사회복지사는 "하루에 두 번뿐인 면회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부모님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내용과 동화책, 태교 음악을 추려 녹음해 주셔서 스피커에 담아 전달했다"며 "덕분에 이른이는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고 덕분에 오늘도 폭풍성장중"이라고 말했다.
◈ 다문화·시각장애 아동에게 소리나는 동화책 선물한 SK건설 직원들
"원숭이는 원래 엉덩이에 털이 가득 했었대. 지금처럼 빨갛지 않고 말이야."
동그란 마이크 앞에서 주어진 원고를 읽기만 하는데도 진땀이 났다.
사당역 인근 녹음실에 모인 SK건설 직원 16명은 토끼, 거북이 역할을 맡아 혼이 담긴 연기를 펼쳤다. 동화책을 '소리'로 들려주는 사회적 기업의 동화책 사업에 목소리 기부자로 참여했다.
3개월 전 SK건설에 입사한 신입사원 이바다(25)씨는 보육관련 전공으로 동화 구연을 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토끼와 거북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동화 내레이션을 맡았다.
"목소리만으로도 봉사가 가능하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일반적으로 녹음실이라고 하면 노래만 녹음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한다니까 새로웠고요."
직원들의 '음성' 동화는 바코드를 통해 작은 스티커에 담긴다.
이 스티커를 책 모양의 스피커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동화책이 '소리'가 되어 흘러나온다. 소리 동화책은 한글이 서툰 다문화가정과 책 읽기가 어려운 시각장애 가정에 무료로 배포된다.
해당 사회적 기업 관계자는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동화책 한 권 사기 어려운 취약계층 아이들이 전래동화를 배우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목소리 봉사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이바다씨는 자신의 목소리가 25일 오늘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산타'를 자처했다.
"목소리만 녹음한 것 뿐인데 가정 형편에 따라 동화책이 전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보람이 정말 커요. 잘 왔다, 잘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고 다음에도 꼭 봉사에 참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