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비 콘체르토'는 반려견 보현의 소리와 빛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둔 이번 앨범의 테마에 가장 잘 부합하는 곡이다. 루시드폴은 보현이 콜라비를 씹을 때 나는 소리를 채집해 '그래뉼라 신테시스'(granular synthesis, 소리의 작은 단위부터 출발해 이를 배열· 가공·조합해 다른 차원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디지털 음악합성 기법)로 템포와 음의 높낮이를 변주, 노래로 완성시켰다.
"개들이 사과나 배, 당근 같은 걸 먹을 때 사람의 입에서 절대 날 수 없는 상쾌한 소리가 나요. 어느 날 보현이 낸 그런 소리가 굉장히 음악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녹음을 해보게 됐고, 녹음해놓은 소리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편집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치 손오공처럼 보현이 갑자기 10~20마리가 되어 콜라비를 씹어 먹으며 협주를 하는 것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냈죠. 결론적으로 전 편곡만 한 셈이에요. 그렇기에 작곡자와 연주자는 보현이기에 저작권협회에 보현을 저작자로 등록하고, 보현을 위한 계좌를 개설하게 됐죠. 향후 보현의 계좌로 들어오는 저작권료는 유기견들을 위해 쓸 예정이고요"
"올 한 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보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보현은 지금 왜 이럴까' 같은 생각을 치열하게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어차피 보현은 '읽을 수 없는 책'(타이틀곡 제목이기도.)이지만, 그 덕분에 앞으로 조금은 더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게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얻게 된 것 중 하나죠. 아마 반려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사, 그리고 앨범과 함께 선보이는 에세이 속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은 어떤 면에서는 잘 모르는 세상일 수도 있는데, 크게 봤을 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함께 이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존재간의 예의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같은 것들이었어요. 요즘 굉장히 갈등이 많고,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를 쉽게 하는데, 어떻게 보면 반려 동물 역시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진귤나무 이파리에 전극을 연결해 모듈러 신스로 받은 신호를 소리로 바꾸는 실험을 해봤어요. 전 세팅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요. (노트북에 저장돼 있는 음원 파일을 들려준 뒤) 아직은 미완성 단계인데 앞으로 좀 더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계절별로, 기분에 따라서, 혹은 벌이 와서 수정을 했을 때 식물이 내는 소리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보고 있고요. (미소)"
(사진=안테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