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8시쯤 국회 본회의를 개의했다.
문 의장이 입장하자마자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중이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따라 들어오면서 고함을 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은 사퇴하라", "불법 의장"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곧장 본회의장 앞에 있는 의장석을 향해 돌진했다.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 이게 불법이다. 여러분 모두가 불법"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문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회의를 진행하면서 회기 결정의 안건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때 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토론을 신청하면서 연단에 올라 토론을 시작했다.
또 본회의를 개의한 문 의장에게는 문 의장 아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불법을 저지르며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유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아들 문제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미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부터 '아빠 찬스'라는 팻말을 들고 문 의장의 신경을 자극했다.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는 문 의장 지역구인 의정부 갑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역구 세습'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주 의원에 이어 토론을 신청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었다.
윤 의원은 주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연단에 오르려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한국당은 회기 결정에 대한 안건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주 의원이 마땅히 필리버스터를 시작해도 된다는 게 이유다.
앞서 문 의장은 회기 결정에 대한 안건은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올라가려는 윤 의원과 버티는 주 의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사이, 민주당은 토론 종료를 신청했다.
이번 임시국회를 23일부터 25일까지 열자는 내용으로,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무소속 호남 의원 모임 대안신당)이 계획한대로 '쪼개기 국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표결 결과, 찬성 150, 반대 4, 기권 3으로 회기가 결정됐다.
민주당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한국당은 고성을 지르고 야유를 퍼부었다.
여야가 모두 격앙된 상황에서 한국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한 명씩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계속해서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였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들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수사 금지법"이라며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이후 문 의장과 이주영 국회 부의장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부의장이 문 의장 옆에서 "엉터리 진행"이라고 비난하자, 문 의장이 "당신이 의장인가? 내려가시라"라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도 본회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와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된 상태다.
문 의장과 4+1은 이날 지난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들을 곧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