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값 오르고 독서인구 줄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를 폐지해 달라."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오히려 책값이 오르면서 독서 인구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4년 거품이 낀 책값을 내리고, 고사 직전의 동네서점과 중소 출판사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다.

책 할인폭을 기존 19%에서 15%(가격할인+간접할인)로 제한하고, 출간 18개월 이상 된 구간·실용서·초등참고서·공공도서관 구입 도서를 정가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킨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청원인은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차단됐다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강화·유지·보완·폐지 등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며 "국민들의 도서 구입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도서 구입비 소득공제 제도 및 구간에 대한 정가변경 제도 정착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공식 답변했다.

그렇다면 정말 개정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값이 오르고 독서 인구가 줄었을까.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평균 정가(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 기준)는 대체로 상승했다. 2014년 1만5,631원이던 평균 정가는 2018년 1만6,347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도서 평균 정가 상승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2010~2018년 도서 평균 정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2010~2014년 사이 2,811원이 상승한데 비해 2014~2018년 사이에는 716원이 올랐다.

또한 도서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낮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도서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04.21,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이다(2015년=100).

도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2015년 이후 둔화하는 추세다.

연도별(2010~2019년)로 따져보면, 2010~2015년 사이에는 매년 2~3%대 상승한데 비해 2015~2019년 사이에는 매년 0~1%대 오르는데 그쳤다.

다시 말하면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 평균 정가가 더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

독서 인구 변화는 도서 구입비와 독서율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도서구매자의 독서량,도서구입량 변화 요인 설문조사 결과. 출처: 한국출판연구소(우선순위 1~3순위까지 복수응답 종합, %)
가계 도서 구입비와 성인 연평균 독서율(1년 동안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8~2018년) 가계 월평균 도서 구입비와 오락문화비에서 도서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성인 연평균 독서율 역시 장기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광부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1994년 86.8%에서 2017년 59.9%로 감소했다.

바꿔 말하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해 독서 인구가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한국출판연구소가 지난 1년간 도서 구매자를 대상으로 독서량과 도서구입량 변화 요인에 대해 설문한 결과, 본인의 사회생활 변화(66.2%), 스마트폰 이용 등 매체환경 변화(61.8%), 독서 이외의 여가활동(59.9%) 항목이 높게 나타났다.

변화 요인으로 도서정가제를 택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3순위까지 복수응답)

즉 개정 도서정가제가 도서 구입비와 독서율에 미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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