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빅 피쉬' 작가 존 오거스트 "작품 속 부자 관계, 나와도 비슷"

'찰리와 초콜릿 공장' '알라딘' 등 각본에 참여한 세계적 극작가
"작품의 상징 수선화, 상상력에서 탄생"

"20년 전 원작 소설인 '빅 피쉬'를 읽었을 때, 저도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아들인 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갔고, 이 작품을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품 속 노래 중에 '서로를 참 잘 아는 낯선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저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각본을 쓰게 됐습니다."

뮤지컬 '빅 피쉬' 극작가 존 어거스트 (사진=CJ ENM 제공)
뮤지컬 '빅 피쉬'의 극작가 존 어거스트(49)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 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빅 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진짜 인생을 추적하는 아들 '윌 블룸'의 이야기를 통해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가족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1993년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원작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오래 전에 극본이 쓰여진 고전이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부정(父情)은 오늘날까지도 오롯한 감동을 전한다.

존 어거스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 관계는 어디서나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20년 전에 이 작품을 썼을 때와 지금의 진화된 부자 관계가 달라진 덕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당시 아버지는 강한 모습만 보여줘야 하고 결과를 보여주되 과정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금 세대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여주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것 같다"면서 "저 역시 딸에게 아버지로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모습 등 솔직한 모습 보여주고 딸이 보면서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작품에 나오는 에드워드와 비슷하게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모든 것을 정리해야하는 윌 캐릭터의 특수한 상황에 공감이 갔다"면서 "하지만 처음 극본을 쓸때는 윌 관점에서 썼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윌과 에드워드의 시기별 감정 상태에 공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뮤지컬 '빅 피쉬'의 극본을 쓴 존 어거스트는 앞서 지난 2003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도 썼다. 그는 이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 '프랑켄위니', '알라딘' 등의 시나리오 각본에 참여하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특히 거장 '팀 버튼' 감독과 협업을 유난히 많이 했는데, 영화 '빅 피쉬'로 처음 연을 맺은 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는 영화와 뮤지컬 모두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결이 약간 다르다. 예를들면 영화에서는 아들 윌의 직업이 특정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기자라는 직업적 설정으로 나온다. 이를 통해 윌이 찾는 '진실'에 대한 대조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존 어거스트는 "진실이라는 것을 말하는 데 있어서는 '문자적인 사실'이 있고, '감정적인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버지인 에드워드는 '감정적인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고 아들인 윌은 기자로 '문자적인 사실'을 추구하는 것을 대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영화는 CG 등 편집 과정을 통해 완성된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반해, 뮤지컬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 중점을 두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표현과 배우들의 직관적인 감정 전달 등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 존 어거스트는 "영화는 비주얼적으로 세련되고, 복잡한 것을 표현할 수 있지만 캐릭터 내면을 세세하게 노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뮤지컬은 넘버(노래)로 캐릭터의 내면을 조금 더 자세히 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화는 다양한 배경과 장소를 순간의 편집으로 오갈 수 있는 그런 편리한 지점이 있는 반면에 공연은 공간적 제약이 있다"면서 "하지만 무대 위에 책상을 놓으면 관객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어 사무실로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라기 보다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영화와 뮤지컬은 모두 노란색 수선화가 작품의 상징이다. 특히 에드워드가 아내인 산드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수선화 꽃밭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을만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장면은 원작 소설엔 없고 작가인 존 어거스트의 손에서 탄생됐다고 한다.

그는 "수선화 같은 경우는 소설에 등장하지 않고 영화 쓰는데 있어 새롭게 도입된 아이템"이라면서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는 데 프로포즈 장면을 고민하다가 '수천송이 수선화를 가져다 주면 대단하겠다'하는 상상력 출발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그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노란색 '수선화'는 작품을 상징하는 색깔과 이미지가 됐다. 원작에는 없던 아이템이 상상력으로 새롭게 발현돼 작품의 중추를 맡게된 셈이다.

이와 같은 상상력 발현의 원천으로 존 어거스트는 '두 가지 세상의 공존'을 꼽았다.

그는 "모든 스토리에서 두가지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제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빅 피쉬 역시 현재의 세계와 에드워드의 상상의 세계가 있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 역시 일반의 현실 세계와 초콜렛 안의 세계가 대조된다"고 말했다.

이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로얄드 달은 어려서 부터 팬이었다. 10살 때 책 읽고 감명 받아서 손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답장을 받아 꿈을 키워줬다"면서 "그로부터 20년 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은 영광적인 순간이다. 어렸을 적 꿈이 이뤄진 것이 이 작품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품을 보러 올 관객들을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빅 피쉬를 보러 다양한 관객들이 오실 것 같은데요. 젊은 관객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으셨으면 좋겠고, 나이 드신 중장년 관객들은 과거와 젊은 시절을 회상할 만한 추억의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부모들에게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그런 관점에 중심을 가지고 보셨으면 좋겠고, 여성 관객들은 극 중 산드라가 소원했던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에 초점을 맞춰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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