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바로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가 승자다.
스캇 보라스는 올해 FA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대어급 '고객' 류현진(32)에게 초대형 계약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넸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93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총액 모두 보장된 금액이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의 계약에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도 포함시켰다.
이로써 스캇 보라스가 올해 메이저리그 FA 권리를 얻은 '고객'에게 안겨준 총액은 무려 10억2200만 달러로 늘었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약 1조189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스캇 보라스는 올해 FA 최대어로 평가받는 게릿 콜의 계약에 앞서 또 한명의 중요한 '고객'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재계약을 성사시켜 스토브리그의 포문을 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원소속팀 워싱턴 내셔널스에 잔류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이 계약을 통해 역대 투수 FA 계약 총액 기록과 투수 연평균 최고 연봉 기록을 다시 썼다.
그리고 스캇 보라스는 불과 하루만에 투수 FA 계약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게릿 콜은 뉴욕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투수라 해도 장기간 꾸준한 활약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을 뛰어넘어 스캇 보라스는 콜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계약을 선물했다.
LA 에인절스는 콜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에인절스의 투자 의지를 확인한 스캇 보라스는 새로운 '고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에인절스는 워싱턴의 간판 3루수 앤서니 렌던과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스캇 보라스는 FA 시장의 큰손으로 돌아온 양키스와 우승권 전력으로 도약하기를 원하는 에인절스 구단의 비시즌 계획을 철저히 파악하고 연거푸 성과를 올렸다.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맺은 4년 8000만 달러의 조건은 올해 스캇 보라스의 '고객'이 체결한 FA 계약 중 4번째로 총액 규모가 크다.
이 외에도 마이크 무스타카스는 신시내티와 4년 총액 6400만 달러에 계약했고 FA 투수 댈러스 카이클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년 555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샌디에이고와 570만 달러에 계약한 주릭슨 프로파, 샌프란시스코와 300만 달러에 합의를 본 토니 왓슨의 계약을 모두 포함하면 스캇 보라스가 올해 FA 시장에서 뜯어낸 구단의 총 금액은 무려 10억2200만 달러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역사와 스캇 보라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캇 보라스는 1997년 그렉 매덕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상 첫 5000만 달러 계약(5년 5750만 달러)을 체결했고 다음 해에는 케빈 브라운을 통해 사상 최초의 1억 달러 계약(7년 1억500만 달러)을 성사시켰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000년 사상 최초의 2억 달러 계약(10년 총액 2억5200만 달러)을 맺을 때도 그의 뒤에는 스캇 보라스가 있었다.
그가 선수에게는 '천사'로, 구단 사이에서는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이유다.
에이전트는 보통 계약 총액의 4~5%를 수수료로 받는다. 스캇 보라스가 올해 성사시킨 FA 계약 총액의 5%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 금액만 해도 5000만 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6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