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발견 신원미상 유골 정밀감식 '이목 집중'

유전자 감식으로 5·18 연관성 확인…분류·감식에 난관 수두룩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수십여구의 신원미상의 유골들.

5·18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진 무고한 시민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교도소 수감자 중 연고없이 숨진 이들일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감식 방법과 과정 등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와 검경, 군 유해발굴단 등으로 꾸려진 합동 감식반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합장묘 1기에서 발견된 유골 80여구를 정밀감식하기 위해 국과수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보냈다.

국과수는 우선 이 유골을 하나의 온전한 객체(사람의 형태)로 만드는 분류 작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견 당시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유골을 수습한 탓에 정밀 감식은 분류 작업부터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류하는 데에만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류 과정에서 유골의 손상 정도와 성별, 나이대, 사망원인 등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두개골에 있는 구멍이 총상의 흔적인지, 부식에 의한 함몰인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수습된 유골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두개골 일부가 발견됐다.

마지막 단계는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이 활용된다.

대퇴골과 두개골, 치아 등에서 DNA를 추출해 30억개에 이르는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뒤 개인 식별에 필요한 부분을 증폭시킨다.

이렇게 확보한 유전자 정보를 다른 유전자 정보와 비교해 서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이 보관하고 있는 5·18 행방불명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을 활용해 5·18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식이 심한 유골의 경우 개인 식별이 가능한 유전자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는 미지수다.

또 일부 유골은 무연고 수형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서로 비교할 DNA 정보가 남아있지 않아 유전자 감식만으로는 모든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이날 합동감식반과 법의학 전문가, 5·18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향후 감식 방향과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 교수는 23일 "아직 유골의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신원 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발굴한 유골이어서 감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합동감식반은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합장묘 1기에서 80여구의 유골을 발견했다.

40여구는 합장묘 땅속에 만들어진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나머지 40여구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덮고 있던 봉분 흙더미에서 발견됐다.

합동감식반은 이 유골들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다른 공간에 분리해두고 1차 육안 감식을 벌이며 부위별로 구분해 상자에 나눠 담았다.

콘크리트 안에서 발견된 유골은 20상자, 흙더미에서 발견된 유골은 21상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육안 감식으로는 광주교도소(법무부)가 기록하고 있던 41구의 유골이 어떤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발견된 80여구를 모두 국과수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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