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한 번이지만 우린 매일"…맹학교 학습권 '호소'

고성·욕설 시위에 인근 시각장애 학생들 큰 피해
'집회금지 요청'에도 변화 없지 학부모들 거리로
불편 호소하자 "눈도 아픈데 왜 돌아다니냐" 되려 타박

(사진=연합뉴스 제공)
연일 이어지는 청와대 앞 집회와 시위로 인근 시각장애인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왔다. 경찰과 지자체에 학습권과 보행권 침해를 호소하는 공문을 보낸 지 한달이 지났지만 변화가 없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부모들 대응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들은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집회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호소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모인 집회 참가자 20여명은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집회하는 당신들, 자식 키우면서 남의 자식 눈물 나게 하냐'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서울맹학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집회나 노숙·점거시위 등이 이어지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맞은편에 있다. 단순히 학습권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조차 위협받고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시각장애인은 생활환경을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학교와 거주지 인근의 지형을 익히는 보행연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집회 시위에서의 고성과 확성기 사용으로 소리가 사방에 울리게 되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사고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19일 서울종로경찰서에 '시각장애 학습 및 이동권을 방해하는 무분별한 집회 금지 처분 요청' 공문과 호소문을 보냈다. 이에 경찰이 인근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와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 등에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제한통고를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집회에 나온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특히 범투본 측과는 두 차례 면담을 했지만 '나라가 이 지경인데 자식이 중요하냐'는 식의 막말을 들었다"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도 면담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경복궁역 방향으로 가는 길에 집회 참가자로부터 '눈도 아픈데 왜 돌아다니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참다 못해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부모들의 시위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민주노총의 결의대회가 열렸고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단체의 행진도 계속됐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학부모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 3일부터 청와대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범투본에 대해 관할청인 종로구와 서울시북부도로사업소는 22일까지 적재물을 자진 철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관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주 주말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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