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으로 나라 바로세운 군대, 체포 앞장서라"…전광훈 '막말 집회'

전광훈, 오늘 광화문 집회 연단 올라 또 '막말·욕설'
'쿠데타 발언' 논란 자초…자신 수사하는 경찰에는 "경고"
집회 참가자들 향해 일간지·단체 가입 독려…"3만원밖에 안 해"
기부금 모금 문제되자 우회로 택한 듯

전광훈 목사.
"문재인을 체포하라!"

각종 불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 설치된 연단에 올라 검찰, 경찰, 군을 향해 "명령"을 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보수 단체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도로 열린 광화문 집회의 한 장면이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특유의 과격발언을 이어가며 현 정부를 비난했다. 특히 5.16 군사정변을 호평하며 군을 향해 대통령을 체포하라고 말하기도 해 '쿠데타 발언 논란'도 예상된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선거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이번 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눈발이 휘날리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 청와대 방면 도로를 메웠다.

전 목사는 이들을 향해 "국가가 어려울 때 5.16을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운 게 바로 군대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군대가 저 불의의 편에 서면 절대 안 된다"며 "검찰, 경찰, 군대가 앞장서서 빨리 저 문재인을 체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심조차 다 팔아먹은 나쁜X" 등 욕설과 막말이 뒤섞인 그의 연설은 여과 없이 마이크를 통해 광화문 광장을 채웠다. 옆에 선 통역사는 그의 발언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영어로 바꿔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행인들은 잠시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거나 막힌 도로를 돌아갔다.

전 목사는 경찰을 향해서는 "경고한다. 저 불법의 XX 편에 서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 시위를 포함해 불법 기부금 모금, 내란선동 등 6가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지난 12일에는 다섯 차례 이뤄진 소환통보 끝에 경찰에 출석해 1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집회 연단에는 전 목사의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인 정진경 변호사도 올라 "고령의 종교인인 전 목사를 소환해 11시간이 넘는 조사를 한 건 누가 봐도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이며, 경찰의 직권남용"이라며 총 36명의 공동변호인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변호인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전 목사를 적극 옹호했다. 안상수 의원은 "전 목사를 구속하면 그 다음 날로 정권이 망할 것"이라고 했다. 또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3.15 부정선거 해서 당시 내무부 장관이 사형되지 않았느냐"며 "선거 조작한 사람들은 처단돼야 할 것이다. 맨 꼭대기에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전 목사는 발언 말미에 집회 참가자들에게 "다 합해봤자 3만원밖에 안 한다"며 신청서를 돌리기도 했다. '자유일보'라는 일간지 구독과 '국민노동조합'이라는 단체 가입 등을 위한 신청서로, 참가자들은 여기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소를 빽빽하게 적었다. 현장에서 배포된 자유일보 1면에는 '공수처법 못막으면 나찌 독일 된다'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그는 매체 구독과 단체 가입 등의 일을 "문재인을 끌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며 "자유 우파는 희생할 줄 모르고 혜택만 보려고 한 결과 오늘 이런 세상 됐기에 최소한의 대한민국을 누리는 값을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전광훈 집회'를 종교집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기부금 모금 등이 사실상 차단되자 우회로를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비슷한 시각 태극기혁명운동본부 등 여러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복궁역 앞 도로를 거쳐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던 이 지역 학교 학부모, 주민들과 잠시 대치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우리를 밟고 가라',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의 매주 이어지는 집회에 항의 의사를 표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 이들에게 욕설을 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등 이곳에서도 혼란상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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