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초기만 해도 금융권 대출 조이기와 세금 강화를 뼈대로 한 부동산정책이 쏟아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값이 하향세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강남과 목동, 이촌 등지의 노후 아파트 재개발요건을 엄격히 묶으면서 재개발 움직임도 주춤해 졌다.
집권초기 주택공급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서울 아파트가격은 소폭 하락했고 재건축 아파트단지들은 가격이 급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까지 재개발 기대심리에 들떠 양천구 목동 1~6단지 아파트 30평대의 가격은 단지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15~16억원을 호가했지만 2018년말~2019년초 최저 12억원선까지 급락했다. 가격이 내렸지만 매입에 나서는 사람 조차 없었다. 추가 하락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주택보유의 편중현상과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지역 아파트들의 가격상승세가 가팔라 30평형대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할 때도 재건축단지들은 정부규제의 영향으로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후반으로 접어들자 지난 2년동안 떨어졌던 아파트 가격이 상승으로 반전해 짧은 기간동안 빠졌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만큼 회복했고 강남에서는 단지에 따라 5~10억원 가량 올라 역대 정부 가운데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크다는 통계까지 나온다.
야당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불러온 결과'라며 공급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택 실수요자들은 부동산을 치부의 수단으로 여기는 부동산 부자들의 투기수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자 서울시장으로서 시민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박원순시장이 연일 부동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고강도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세제개편이나 금융정책 등은 모두 중앙정부 권한이어서 현재의 시장상황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청과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드라이브'가 대선을 겨냥한 정책 가다듬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이 지난주부터 쏟아내기 시작한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정리해 보면 크게 '부동산부자의 불로소득과 개발이익 환수', '무주택자의 주거안정'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생각에서 모든 부동산문제가 파생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부동산 투기이익 발생의 차단과 불로소득의 국민 공유를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발언에서도 이런 소신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 해법 역시 투기차단과 불로소득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보다 훨씬 진보적인 '부동산 국민공유제도입', 공시가격의 대폭 현실화, 부동산 대물림 방지 등을 세부적인 정책대안으로 내놨다.
무주택자 주거안정대책의 핵심은 전세 임차기간 연장과 임대료 인상 상한선 도입이다.
이를 통해 세입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0일 라디오방송에서 "전세 임차인의 실 거주기간이 3.4년밖에 안 되는데 서울시에 권한이 있다면 전세계약갱신권을 도입해 최소 거주기간을 5년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권한이 없는 박 시장이 내놓는 대책들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집값 문제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최고의 난제인데다 국민 불만도 큰 지점이어서 박 시장의 잇따른 발언에 대한 국민 주목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박 시장은 수도 서울의 행정책임자지만 동시에 다가오는 대선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어부동산정책에 대한 그의 견해는 정책으로 구체화될 확률도 있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이 지난 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슈대응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