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익숙한 선수 도복이 아닌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알고 보니 이번 대회에 선수가 아닌 트레이너 겸 코치로 참가한 것. 장성호는 지난 9월 트레이너로 정훈 감독, 김건우 코치와 함께 남자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장성호는 오는 12월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가노컵 대비를 위해 선수촌에 남은 김코치를 대신해 이번 대회 정감독을 보좌하게 됐다.
남자 100kg급 결승전이 펼쳐진 가운데 장성호는 정감독 뒤에서 열심히 지시를 내렸다. 대표팀 최천(한국마사회)이 상대 누르기에 걸릴 위기에 놓이자 근심스런 표정으로 "팔을 풀어야지"라고 외치던 장성호는 최천이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두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후 장성호는 "밖에서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로서 국제대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달 남짓 ''초보지도자 장성호''는 본인만 낯선 게 아니다. 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장성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대표선수 사이로 ''형, 동생''하며 지냈는데 이제 지도자라고 하니까 서로 말하는 게 어색하다"며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어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라면서 "또 선수들과 격의없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장성호는 "앞으로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 만큼 감독, 코치님께 착실하게 배워나갈 생각"이라며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정훈 감독은 장성호에 대해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잘 체크한다"면서 "또 꼼꼼하게 선수들을 챙긴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도복을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베이징올림픽 이후 대표팀만 은퇴했을 뿐이다. 당초 올해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 은퇴도 고민했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장성호는 "확실하진 않지만 앞으로 2~3년은 국내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호는 ''얼짱부부''로도 유명하다. 부인 김성윤 씨와 금슬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대표팀 은퇴로 그동안 미뤄왔던 ''2세 계획''에 진전이 있을 법도 했지만 장성호는 "코칭스태프라고 해도 선수촌 생활은 선수들과 똑같다"면서 "어서 빨리 시간을 내야 하는데..."라며 쑥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