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만수 8단(바둑 프로 기사)
어제 이 시간에는 이세돌 9단의 그 첫 승, 한돌을 상대로 한 첫 승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번째 대국에서는 AI 한돌이 이겼죠. 어제 2국에서는 122수만에 이세돌 9단이 불계패를 했습니다.
“한돌한테 질거다”라는 예상들은 많이 나왔습니다마는 관심을 끈 부분은 이세돌 9단의 초반 실수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고 본인도 얘기할 정도였는데 왜 그랬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남은 3국은 어떻게 될지도 잠깐 전망을 하고 가죠. 어제 전화로 만났던 김만수 8단 해설위원 오늘은 스튜디오에 직접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김만수> 안녕하십니까. 김만수입니다.
◆ 김만수> 어제 현장에서 봤는데 뉴스라는 것이 새로운 소식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제 2국은 이세돌이 질 거라는 예상이 너무 일반적이어서 이게 너무 뻔한, 어떻게 보면 뻔한 소식이 돼버렸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이변은 없었어요. 혹시라도 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까, 이세돌 9단이 얘기했던 것처럼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했는데 안 일어났네요.
◆ 김만수> 아쉽게도 그런 결과가 됐는데요. 그런데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원래 이세돌을 지금 위치로 끌어올린 이세돌의 공격이라는 엄청난 기술이 있어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이걸 사용할까 말까 너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이세돌 스타일이 있잖아요. 어제도 말씀하셨지만 “안개 속도 뚫고 나가는, 방어하지 않고 뚫고 나가는 그 저돌적인 스타일 때문에 알파고도 한판 이겼던 거고 한돌도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제는 그게 안 보이던가요?
◆ 김만수> 그러니까 그런 전략을 쓰는 걸 미리 좀 깔아놔야 되지 않습니까? 포석이라고 하는데 이 포석 과정에서 알파고를 이기려면 수비 전략을 써야 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공격을 써야 되는데 그 부분에서 명확하게 일단 정해 놓고 가야 돼요. 그 부분에 처음에 우왕좌왕하다 보니까 처음에 실수마저 나오면서 약간은 좀 재미없는 결과가 됐습니다.
◇ 김현정> 초반 실수는 이세돌 9단도 그러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착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너무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해서 시합 보러와 주신 분들한테 죄송하다는 얘기까지 했거든요. 이게 그렇게 황당한 실수였습니까?
◆ 김만수> 제가 1국 때 한돌의 실수가 더하기, 빼기에서 오류가 난 거다.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이세돌 9단이 했던 실수는 굳이 좀 비유를 하자면 곱하기, 나누기에서 오류가 난 거예요.
◆ 김만수> 천재 기사라고 하는데 천재형의 인재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수학 문제를 풀었다. 우리가 수능 시험 볼 때 수학 문제를 푼다라고 하면 우리가 좀 떨려서 검산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천재과들은 검산을 아예 안 해요. 이미 그렇게 타고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검산은 굳이 하지 않아도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인 이상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하필 그게 너무 처음에 빨리 나와 버려서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아주 좀 섭섭한 결과가 됐는데. 이게 저희가 프로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세돌 9단이 은퇴 경기를 하기 전에 5, 6개월 대국을 안 했습니다. 대국을 오랫동안 안 하다 보면 몸이 좀 굳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경우에 바둑을 처음, 특히 처음에 둘 때 몸이 덜 풀려서 착각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실은 이세돌 9단이 더 이런 착각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는데 1국에서는 한돌이 이미 먼저 해 버린 거죠. 그래서 묻혔는데 이번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저희가 염려했던 부분들이 역시 좀 나왔었고요.
◇ 김현정> 5, 6개월 쉰 게 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라는 말씀이에요. 방심한 거 아니냐. 이런 평도 나오던데?
◆ 김만수> 그러기는 좀 어려워요. 왜냐하면 3~4년 전에 알파고 시합을 했을 때는 누구나 방심을 했어요.
◇ 김현정> 왜냐하면 그때 이세돌 9단이 그랬잖아요. 저랑 인터뷰하고 알파고랑 시합했는데 저한테 뭐라고 인터뷰를 했냐 하면 자신 있습니까 했더니 자신 없어요, 질 자신이.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이 정도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알파고 때는 좀 방심했을 수도 있다, 첫판에서는?
◆ 김만수> 이게 약간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원래 알파고가 3, 4년 전에 비밀리에 프로 고수들을 데리고 시험 대국을 둔 거예요. 중국의 고수들을요. 그런데 그때 중국의 고수들이 다 졌는데 구글에서 비밀로 해라 얘기를 했는데 건너 건너 건너서 지금 이세돌 방심하면 안 된다. 그런 전달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세돌이나 누구나 그 얘기 듣고 그 당시에는 에이, 그거 뭐 그럴 리가 있어? 그러고 방심을 했는데 그때 당한 이후로는 아무도 방심을 하지는 않는데요. 어제 시합 같은 경우는 역시 아무래도 이세돌 9단이 실전 경험이 좀 떨어진 것이 좀 큰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 김만수> 어제 현장에서 거의 도서관 분위기였죠. 아주 적막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인데.
◇ 김현정> 원래 바둑 두는 곳은 도서관 분위기 아니에요?
◆ 김만수> 1국 때는 그러지 않았어요. 1국 때는 뭔가 가능성이 있다 보니까 기자분들도 상당히 흥분을 했었죠.
◇ 김현정> 조용한 흥분이 흘렀습니까?
◆ 김만수> 어제는 약간 뭐 제가 예를 들어 설명을 드리면 우리가 서예를 예로 들면 이세돌 대가의 솜씨를 우리가 한번 감상해 보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세돌 9단이 속된 말로 삑사리가 난 거죠.
◇ 김현정> 속된 말입니다. 실수가 난 거예요.
◆ 김만수> 그런데 예전에는 대가가 좀 살짝 삐쳐도 숨은 뜻이 있겠지. 이런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AI가 이세돌 대가의 삑사리 확률 99%입니다. 이래버리니까 분위기가 싸한 거예요.
◇ 김현정> 승률을 바로 내버리니까.
◆ 김만수> 그러다 보니까 승률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분위기가 아무래도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였습니다.
◇ 김현정> 그랬군요. 제가 어제도 말씀 드렸지만 이 대국은 누가 이기느냐 이걸 떠나서 이세돌 9단은 인간 대표니까 응원하게 되고 한돌은 우리나라 AI 대표니까 중국의 절예 또 구글의 알파고와 발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돌도 응원하게 돼요. 누가 이겨도 좋은 상황이었어요. 한돌의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세요? 절예나 알파고하고 비교했을 때 그 발전 수준?
◆ 김만수> 일단 제가 정확한 IT 전문가는 아니니까 여기서 청취자 여러분들께 약간 이해를 좀 하나 드리면 하필 왜 바둑이냐. 이런 얘기를 하실 거예요. 지금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뜨겁잖아요. 그런데 다른 분야는 뭐가 잘하고 못하고가 명확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바둑에서만큼은 결과가 명확하단 말이죠. 그리고 각 프로그램들이 어떤 AI 실력이 누가 좋고 나쁘다 경쟁을 기준을 세워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둑만큼 명확한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 바둑을 통해서 지금 한국과 중국, 전 세계가 일종의 대리전을 지금 펼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그러니까 바둑은 심리전이기도 하고 바둑의 영역만큼은 AI가 못 들어올 거야. 이거는 인간만의 묘한 게임이거든이라고 했던 부분인데 그것에 지금 AI가 도전하는 거기 때문에 여기서 잘하느냐 못하느냐, 발달한 AI냐 아니냐가 구분이 된다는 얘기군요.
◆ 김만수> 그렇죠. 그래서 중국에서 3.0 버전을 먼저 치고 갔는데 이게 제가 보니까 우리보다 1년이 빨라요. 그러니까 한돌은 사실 이세돌과 대결하는 게 아니라 실은 중국의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결하는 거고 좀 거대하게 생각하면 한국 IT가 중국 IT와 지금 직접적인 경쟁을 바둑을 통해서 대리 경쟁을 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대리 경쟁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어제 이세돌 9단이 뭐라 했냐 하면 한돌은 아직 접바둑에서는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얘기를 하고 옆에 있던 한돌 개발팀장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아직 조금 AI 기술면에서는 중국보다, 적어도 바둑 AI에서는 좀 떨어졌다고 봐야 돼요?
◆ 김만수> 일단 그건 이세돌 9단이 유일하게 인공지능 이긴 사람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세돌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얘기할 수가 있고요. 다만 제가 좀 중립적으로 좀 생각을 해 보면 아무래도 중국이 먼저 시작을 했어요. 한돌 개발진들이 따라잡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좀 아쉽지만 지금 중국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사람에게 이세돌과 같은 치수로 집니다. 그러니까 이겼다 졌다 해요.
그런데 이세돌 9단 결과가 엇비슷하다 보니까 그걸 경험해 본 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세돌 9단이 한국 한돌하고도 둬보고 중국의 절예하고도 둬봤더니 내가 느낌상으로 중국이 좀 나은 것 같다. 이런 냉정한 평가를 해 준 거죠.
◆ 김만수> 우선 1:1이기 때문에 서로 부담은 좀 덜었어요. 일방적으로 승부가 되면 부담이 클 텐데 약간 좀 서로 간에 마음은 좀 덜었는데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본인이 은퇴 경기 마지막 경기 아닙니까? 본인의 최고의 기술, 이세돌의 공격을 한번 보여주고 은퇴해야 되잖아요. 결과를 떠나서 그런 어떤 자기의 퍼포먼스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고요.
◇ 김현정> 이번에는 2점 접고 하는 거죠, 다시. 그러면 이세돌 9단이 좀 유리한 거 아니에요?
◆ 김만수> 뭐 지금 마지막 대국은 글쎄요. 이세돌 9단은 1국에서 했던 대로 하겠죠. 한돌 측에서가 조금 더 머리가 아플 것 같은데 한돌 측에서 만약 1국과 같은 똑같은 실수가 나온다. 이러면 좀 피곤한데요.
◇ 김현정> 오류 못 잡은 거구나. 이렇게 되네요.
◆ 김만수> 그런데 제가 보니까 이세돌 9단이 이겼을 때 이세돌 9단의 환호하는 그 목소리만큼 또 한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또 제법 많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 김만수> 한국 IT 기술이 왜 떨어지냐. 중국은 이기는데 우리는 왜 졌냐. 이런 식으로 그 목소리 못지않게 어떻게 보면 한돌 개발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데 그분들도 어떻게 보면 바둑을 우리가 두기는 두지만 소리 없는 영웅들 아니겠습니까?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하는 거기 때문에 3국에서 또 그런 오류를 잘 잡아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또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그런 축제를 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누가 이길 것 같아요, 그래서? 왜 답은 안 하시고. 그건 모르시겠습니까?
◆ 김만수> 바둑인으로서는 이세돌 9단이 이겼으면 좋겠고요. 우리나라 국민으로서는.
◇ 김현정> 아무나 이겨라. 누가 이겨도 좋다. 이렇게 즐기면 될 것 같아요. 이세돌 9단도 즐겼으면 좋겠고요. 여기까지 말씀 듣죠. 김만수 8단 고생하셨습니다.
◆ 김만수> 감사합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