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제전망을 보고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비록 올해와 내년 2.5~2.6% 수준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올해 성장률 예상치인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국내외 기관들의 예측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3%, IMF(국제통화기금)는 2.2%로 전망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와 한국은행도 2.3%로 내다봤고,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 민간 연구기관은 1% 후반~2%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까지 빛을 발한다면 수출과 투자가 되살아나면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 부총리도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글로벌 성장과 교역이 회복되고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역시 금년보다 개선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며 "국제기구, 국내연구기관들이 예측한 수준에 정부의 정책 의지를 '플러스 알파'로 실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올해도 10.6%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1단계 합의를 이뤘지만, 양국의 경제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나 브렉시트 등 다양한 리스크가 남아있어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요인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아주대학교 김용기 국제학부 교수는 "세계경제전망 컨센서스는 올해보다는 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민간·민자등 3대 분야에서 각각 60조원, 25조원, 15조원씩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현재 각각 10조원 , 5조 2천억원씩만 발굴한 민간 기업투자 프로젝트와 민자사업을 1년 안에 15조원, 10조원씩 추가로 발굴할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도 않는다.
만약 목표치만큼 투자를 이끌어내더라도 당장 내년에 실제 집행되는 규모까지 극적으로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성장률 제고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건국대 최배근 경제학과 교수는 "나라의 정책을 운영하는 정부가 근거없이 요행에 맡기면 안된다"며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투자하겠다는데, 산업이 얼마나 바뀌는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예산을 투입하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추경을 편성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세대학교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도 "100조 투자 추산은 구체적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방향성 자체는 맞더라도 경제성장 관련 동력 이끌어내는데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재정 정책에 크게 의존하는데, 올해 세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가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재정을 지출하면 민간소비나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