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맞수' 한돌, 설욕 성공했지만 국내AI에 과제 남겨

이세돌 9단 "中 AI에 비해 완성 덜 됐단 느낌"
"AI에 투자‧지원 생각 않고 국내‧외 AI 기술력 차이 논란 어불성설"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토종 인공지능(AI)인 NHN의 '한돌'이 19일 이세돌 9단과의 2국에서 이 9단의 백기를 들게 했다.

지난 18일 이세돌 9단과 1국에서 불계패(기권패)한 뒤 쏟아진 기술력에 대한 논란은 잠시 주춤한 분위기지만, 한돌의 이런 모습이 국내AI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이세돌 vs 한돌' 2국에서 한돌은 12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익숙하지 않았던 접바둑, 한수 접어주고 두는 바둑이 아닌 호선, 같은 조건에서 두는 바둑을 주로 학습해온 한돌이 이제 제 실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지적을 NHN 측도 인정하고 있다. NHN에서 한돌 개발을 맡았던 이창율 팀장은 지난 18일 한돌이 이 9단에 불계패한 뒤 "사실 저희가 2점 접바둑 학습을 시키면서 실제 접바둑에 대해서 준비를 한 게 2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돌이 수천, 수만 개의 기보를 학습해 실력을 늘려가는 머신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학습하긴 했지만 호선을 중심으로 학습했고, 접바둑에 대한 학습을 한 것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돌은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등 프로기사 5명와 호선에서는 전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2국 승리로 한돌 기술력에 대한 질타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한돌의 이런 모습이 국내AI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3년 전 구글의 딥마인드 '알파고(알파고리)'와 대결했다가 은퇴대국으로 한돌과 마주한 이 9단은 19일 2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벌 바둑AI 1‧2위인) 중국의 '절예', '골락시' 같은 프로그램은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한돌은 아직 접바둑에서는 조금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평가했다.

건국대 경제학과 임채성 교수도 "알파고가 3년 전 이세돌 9단과 대결할 때는 머신러닝 방식으로 쌓은 기술로 승리한 것이고, 이후 커제 9단을 이길 때는 순수 알고리즘 기술로 승리한 것"이라며 "머신러닝과 알고리즘 기술을 모두 사용했다는 한돌이 이 9단에게 진 것은 엄연한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를 한돌의 한계가 아닌 국내AI 기술력의 한계로 일반화시키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초 세계 AI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돌아온 바둑AI, '바둑이'의 제작자인 고등과학원 이주영 교수는 "접바둑 형태를 따로 학습시키지 않아서 졌다는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며 "바둑이는 접바둑을 학습시키기 위해 별도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올 3월부터 접바둑을 100판 이상 뒀고, 승률은 3분의2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 제1국에서 92수 만 불계승을 거두고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국에서 한돌이 패한 것이 접바둑을 별도로 학습시킨 기간이 짧아서였다는 취지의 NHN 측 설명과는 결을 달리하는 설명이다.

한편 빈약한 국내 AI 투자환경을 감안하면 국내외 AI 기술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채성 교수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등이 (AI기술 강대국들과 비교해 AI에 대해 충분히) 투자를 하지 않았고 투입되는 인적자원도 적은데 국내AI 수준이 글로벌AI수준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한 IT기업에서 AI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구글과 NHN, 미국과 한국이 AI기술 개발에 투입한 시간과 자원, 인력이 수준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이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국외 기업과 생긴 AI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지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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