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전문가패널 구성 완료…ILO협약 비준 의무 위반 따진다

EU "한-EU FTA 규정과 달리 한국 정부 노동권 제대로 보호 못해" 불만
양국 국적 패널 각 1인과 제3국 국적 의장 등 총 3명 패널 구성
90일 동안 양국 정부 및 시민사회, 이해관계자 만나 보고서 작성
조사 시작 자체로 불명예…세계 최초 FTA 노동 조항 위반으로 제재받을 수 있어

ILO(국제노동기구) 전경(사진=김민재 기자)
한국이 EU(유럽연합)와의 FTA(자유무역협정) 규정에 따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제대로 비준하는지를 검증할 전문가 패널이 구성됐다.

19일 고용노동부와 EU 등에 따르면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13장)' 이행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이 명단 선정을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에 발표된 전문가 패널은 양 당사국 국적의 패널 각 1인과 제3국 국적의 의장 1인을 포함, 총 3인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통상전문가로서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대해 전문성을 드러냈던 서울대학교 이재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패널로 선정했다.

또 EU는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Laurence Boisson de Chazournes, 프랑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를 선정했다.

제3국 의장은 양측 패널 협의 끝에 미국의 토마스 피난스키(Thomas Pinansky) 변호사가 선정됐다.

이들은 앞으로 90일간 양국 정부, 시민사회 자문단,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과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자료사진)
앞서 EU는 한-EU FTA가 2009년 협상 타결 및 2011년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한 이래 한국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우선 한국의 법과 관행이 ILO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4개 원칙(결사의 자유, 강제노동철폐, 아동노동철폐, 차별철폐)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로부터 거듭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또 총 8개의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제87호·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제105호)' 등 4개 핵심협약를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협약 비준이 늦어지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FTA 분쟁 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절차를 공식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3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EU 측은 지난 7월에는 분쟁 해결절차를 한 단계 격상해 전문가 패널 소집까지 요청했다.

애초 전문가 패널은 소집 요청 후 2개월 안에 구성해야 했지만, EU 의회 선거 등으로 인선이 늦어진데다 조사 방식 및 조사 과정 공개 여부 등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느라 발표가 3개월 가량 늦어졌다.

이번 전문가 패널의 조사가 시작된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게 된다.

게다가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권고·조언 등의 내용에 따라서는 최악의 경우 EU로부터 보복 조치를 받을 수도 있어 세계 최초로 FTA 노동 조항을 위반한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부는 ILO 기본권 선언의 정신을 국내법체계에 반영·증진시켜왔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적극 설명할 예정이다.

전문가 패널에 의견을 제출하고자 하는 각 당사국의 개인 및 단체는 2020년 1월 10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의견에는 △붙임 자료 포함 15페이지 이내 영문 △전문가 패널이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한 법적, 사실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내용으로 작성△제출자의 인적사항(개인은 국적, 법인은 설립지, 활동목적, 법적지위, 재원 확보 근거 등) 등을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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