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달간 여성 훔쳐본 남성' 無처벌 논란에…경찰, 뒤늦게 '재수사'

신고 여성이 CCTV 영상에 '의심 번호'까지 제공했는데…
경찰, 범인 특정 못한 채 "'주거침입' 아니라 처벌 못한다" 사건 종결
피해 여성은 보복 우려에 이사
'납득 어려운 수사' 비판 일자…1년 만에 부랴부랴 재수사 착수
"주거침입 미수 혐의 등 적용 검토"…통신기록 압수영장도 이제야 신청

(사진=연합뉴스)
한 여성의 집을 수개월 동안 훔쳐본 남성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했던 경찰이 약 1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두려움에 떨며 이사까지 했는데,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약 1년 만에 입장을 뒤바꾼 모양새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가량 여성 A씨의 집을 훔쳐본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 미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남성을 다시 추적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3개월 동안 집을 훔쳐보는 남성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 측은 경찰에 신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CC(폐쇄회로)TV 영상과 해당 남성의 전화번호까지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번호는 A씨의 남자친구가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아 받아낸 뒤 정확한지 확인까지 한 전화번호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문제의 남성이 길에 엎드려 창문으로 A씨의 집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럼에도 범인을 찾지 못해 한 차례도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경찰은 지난 1월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고, 남성의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경찰은 "건조물 안으로 들어와야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담장을 넘거나 방문을 열지 않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훔쳐본 행위만으로는 처벌이 불가하다는 취지로 읽혔다. 결국 A씨는 이후 보복 등을 우려해 이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경찰은 최근 사건을 다시 담당 팀에 배당하는 등 재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남성에게 주거침입 미수를 포함해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검토 중"이라며 전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특히 A씨 측이 과거에 제공했던 전화번호를 뒤늦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 수사 때는 해당 번호 가입자를 상대로 한 차례 조사를 했지만, '범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최근 가입자와 사용자가 다르다고 판단한 경찰은 관련 통신기록을 분석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와 가입자가 다른 것으로 파악돼 현재 범인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사 때 왜 기록 분석을 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고 나서야 경찰이 혐의 적용 가능성을 달리 판단하고, 범인 추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부실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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