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감독님, 이제 소리는 그만 지르세요"

WKBL 사상 최초 200승 금자탑, 애제자 박혜진이 본 위성우

'애증의 사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오른쪽)은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원망을 사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애정이 깔려 있다. 위 감독과 200승을 온전히 함께 한 유일한 선수 박혜진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30일 KB와 경기 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사진=WKBL)
여자프로농구(WKBL) 사상 최초의 200승 감독이 탄생했다.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48)이다. 프로농구에서는 존재감이 크게 없었지만 지도자로서 WKBL 역사를 새로 썼다.

위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18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76 대 72로 눌렀다. 3연승을 거둔 우리은행은 청주 KB와 함께 공동 1위(10승2패)에 재등극했다.

지난 2012년 4월 위 감독이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지 7년 만에 거둔 200승이다. WKBL 사상 최초의 금자탑이다. 이전까지는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199승61패)과 타이였지만 위 감독이 한 발 더 앞서갔다.

승률도 대단하다. 200승 50패, 꼭 승률 8할이다. 위 감독은 첫 시즌부터 6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6연패 위업을 이뤘다. 임 감독이 이끌던 신한은행과 동률이다.

지난 시즌 비록 아쉽게 최장신 센터 박지수(196cm)의 청주 KB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내주긴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올 시즌도 KB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 위 감독과 200승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선수가 있다. 우리은행의 상징 박혜진(29·178cm)이다. 2008년 우리은행에 입단한 박혜진은 위 감독 부임 뒤부터 지금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선수. 우리은행이 꼴찌로 허덕이던 때부터 위 감독의 합류 이후 찾아온 영광의 순간을 맛봤다.


위 감독은 "박혜진이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다"고 말한다. 7년 세월 동안 울고 웃고 했으니 그럴 만하다. 위성우 감독의 페르소나, 박혜진이 본 위성우는 어떨까.

위성우 감독은 경기 내내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경기 후에는 항상 목이 쉬어 있다. 지난 시즌 박혜진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사진=WKBL)
사실 둘은 엄밀히 말해 애증의 관계다. 위 감독이 워낙 혹독하게 선수들을 조련하기 때문이다. 매 시즌 우승 뒤 선수들이 위 감독을 코트에 눕혀 밟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위 감독은 "다른 팀 선수들은 '죽어도 우리은행에서 운동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귀띔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위 감독을 존경한다. 농구에 모든 것을 걸었고, 지독하게 구는 이유도 선수들을 위한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위 감독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선수가 박혜진이다. 18일 경기 뒤 박혜진은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오늘은 특히 선수들끼리 꼭 이겼으면 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의 200승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박혜진은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감독님께 200승을 안겨드려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7년이 넘는 세월이다. 박혜진은 "솔직히 징글징글하다 할지 모르지만 감독님과 계속 같이 했다"면서 "임영희 언니가 지난 시즌 뒤 은퇴해서 좀 아쉬울 것 같은데 남은 선수는 나뿐"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님의 200승 중 내 지분이 3분의 2는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위 감독은 경기는 물론 훈련 때도 화를 내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항상 경기 후에는 목이 쉬어 있다. 박혜진은 "이제는 솔직히 감독님이 왜 화를 내는지, 또 어떨 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풀어주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그런데 지난 시즌까지는 영희 언니와 이를 같이 알았는데 이제는 나 외에는 없다"면서 "혼자 선수단의 중심을 잡기가 좀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젠 고함 대신 잘 지켜봐주세요' 2017-2018시즌 위성우 감독이 박혜진의 경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사진=WKBL)
그런 위 감독도 좀 변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예전의 그가 아니다. 박혜진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많이 부드러워지신 것 같다"면서 "신입생들이 감독님의 딸 뻘인데 혼내다가도 마음 아파하는 게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혼나는 선수는 서운하고 속이 상할 수 있고 나도 그럴 때면 울컥한다"면서도 "우리를 어떻게든 강하게 만들어야겠다 인식이 강하지만 미안해 하고 여려졌다"고 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위 감독에게 뜻깊은 선물을 했다. 200승 달성 뒤 기념 케이크와 10돈짜리 순금 농구공을 안겼다. 박혜진은 "나와 김정은 언니가 반지 얘기를 했고, 홍보람 언니가 그러면 농구공으로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선수들만 하려 했는데 트레이너 분들과 외국인 선수(르샨다 그레이)까지 조금씩 돈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혜진은 "앞으로 위 감독에게 몇 승을 더 안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감독님은 농구에만 매달리고 매 경기 모든 걸 쏟아 준비한다"면서 "몇 승 목표보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은 계속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소리 너무 많이 지르지 마시고 건강도 좀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위 감독은 "200승을 하면서 누가 가장 많이 생각이 나는가"라는 물음에 "전주원 코치와 임영희 코치, 박혜진까지 쭉 함께 한 친구들"이라면서 "중간에 합류한 김정은까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특히 박혜진에 대해서는 "오늘 200승이 걸려서 그런지 평소에는 공격도 잘 안 하다가 오늘은 잘 하더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박혜진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 24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또 위 감독은 "200승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500승은 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농담처럼 "그때까지 오래하고 싶다"고 했다. 위 감독과 박혜진이 정말 몇 승까지 합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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