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00승? 500승까지 오래하고 싶죠"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WKBL 최초 금자탑

'200승 쯤이야'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여자프로농구 사령탑 통산 최다인 200승 기록이 걸린 18일 하나은행과 홈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아산=WKBL)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부천 KEB하나은행의 시즌 3차전이 열린 18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 이날 경기에는 취재기자는 물론 사진기자, 방송 촬영기자까지 2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 마치 플레이오프(PO)를 방불케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8)의 여자프로농구(WKBL) 사령탑 통산 최다승 신기록이 걸린 경기인 까닭이다. 2012-2013시즌부터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위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99승(50패)으로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199승61패)과 동률을 이뤘다. 코치로 신한은행 왕조를 함께 했던 임 감독과 같이 위 감독도 정규리그 6연패와 챔피언결정전 6연패를 이끌었다.

사실 위 감독은 진작에 200승 고지를 밟았어야 했다. 실제 승수를 따지면 위 감독은 203승(53패)을 쌓았다. 하지만 2015-2106시즌 이른바 '혈통 사기극'을 펼친 첼시 리 사태로 위 감독의 4승(3패) 기록이 사라졌다.

리는 당시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며 해외 동포 선수 자격으로 하나은행에서 뛰었다. 리는 순수 흑인 선수(?)를 능가하는 괴력으로 해당 시즌 신인왕과 리바운드, 국내 득점 등 6관왕을 거머쥐고 하나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특별 귀화 선수 심사를 하던 법무부에 의해 리가 서류를 위조한 게 드러났다. 리는 영구제명됐고, 하나은행의 기록도 삭제됐다. 그러면서 위 감독이 당시 하나은행에 거둔 4승도 기록에서 제외된 것이다.

우리은행 선수단이 18일 하나은행과 홈 경기 중 작전 타임을 소화하고 있다.(아산=WKBL)
WKBL 사상 첫 200승 고지를 밟는 기분은 어떨까. 정작 본인은 무덤덤했다. 위 감독은 "200승이라고 해서 큰 의미는 없다"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이어 "200승이 걸린 경기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여느 경기처럼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령탑 데뷔전에서 잔뜩 긴장했던 7년 전과는 다르다. 위 감독은 "감독 데뷔전에서는 누굴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고 주전 5명이 40분씩을 뛰었다"면서 "12분 만에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일단 데뷔전은 이겼는데 다음 경기에 20점 가까이 패배를 안았고, 뭐가 뭔지 몰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다음 경기들에 대한 계산이 선다"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큼 200승도 그저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위 감독은 "그러다 500승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때까지 감독 생활을 오래하고 싶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향후 10년 정도는 현재 성적을 유지해야 도달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경기 수가 많은 남자프로농구의 경우는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22시즌 동안 650승을 넘어 700승을 향하고 있다.

이날도 위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앞서 199번(실은 203번)의 경기처럼 승리를 거뒀다. 3쿼터까지 59 대 57로 앞선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의 거센 반격에 4쿼터 종료 3분26초 전 68 대 66까지 쫓겼다.

그러나 2012-2013시즌부터 위 감독과 함께 뛰고 있는 가드 박혜진이 믿음직했다. 후속 공격에서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꽂아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김정은이 턴어라운드 미들슛을 성공시켜 6점 차로 리드를 벌렸고, 박혜진은 다시 2점 차로 쫓긴 종료 11.9초 전 다시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꽂아 쐐기를 박았다.

76 대 72, 우리은행의 승리. 박혜진이 양 팀 최다 24점(5리바운드 4도움)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라운드 MVP 르샨다 그레이도 양 팀 최다 11리바운드(20점)으로 골밑을 지켰다.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린 위 감독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250번째(공식 기록)로 쉬어 있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