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에 열린 홍콩-중국전, 우려했던 소요는 없었다

경기는 중국의 2대0 승리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컵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홍콩 응원단이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등을 돌리고 있다. 박종민기자
모두가 긴장했던 홍콩과 중국의 대결. 하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18일 오후 홍콩과 중국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평일 오후의 경기장은 유독 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 홍콩과 중국은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민주화 시위로 인해 반년 가까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EAFF는 홍콩과 중국의 대결을 앞두고 특히 더 보안과 안전에 신경을 썼다.

홍콩과 중국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배치하는 경찰 병력을 기존 80명에서 4배가 넘는 350명까지 늘렸다. 사설 경호인력도 560명에서 640명까지 증원 배치했다. 그리고는 두 나라 응원단을 멀찌감치 떨어져 앉도록 관중석을 분리했다. 이 모두는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홍콩과 중국 응원단의 충돌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컵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홍콩 응원단이 정치적 문구 현수막을 압수하려는 보안요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종민기자
작은 실랑이는 있었다. 경기장 내 어떠한 정치적 구호를 담은 응원용품 등의 반입이 금지되는 만큼 홍콩 팬 일부가 경기장 진입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 과정에서 정치적 문구가 적힌 물건이 발견되며 해당 소지품의 반입을 저지당하자 이를 두고 안전요원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나라 응원단은 수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 응원단이 눈으로도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2, 30여명에 그친 반면 홍콩 응원단은 10배 이상 될 정도로 많이 경기장을 찾았다.

당연히 이들이 내는 목소리의 차이도 컸다. 홍콩 응원단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홍콩이다(We Are HONGKONG)”는 구호를 외치고 중국 국가가 울리자 항의하는 의미로 등을 돌리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경기 내내 홍콩 응원단의 응원 구호와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중국 응원단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 중국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3차전은 2, 30명 남짓한 중국 응원단이 찾은 것과 달리 홍콩은 수백명의 응원단이 찾아 대조를 이뤘다. 박종민기자
그라운드 밖의 팽팽한 신경전만큼이나 그라운드 안에서의 대결도 팽팽했다.

2019년 12월 현재 중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랭킹 포인트 1325점)로 139위의 홍콩(1075점)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전력을 떠나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경기가 이어졌다.

비록 중국이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넣었지만 홍콩은 경기 막판까지 만회골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를 선보였다.

리티에 감독 등 중국 벤치가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큰 동작으로 환호했던 순간이 바로 전반 8분의 결승골이었다. 전반 막판 홍콩의 거친 태클로 중국 선수가 자국 벤치 앞에서 쓰러지자 일부 선수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리티에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오히려 차분하게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후반 35분에도 페널티킥을 얻어 추가골을 넣었지만 벤치에 있던 스태프가 다 같이 나와 기뻐하는 모습 외에는 상대를 자극하려는 듯한 동작은 없었다. 중국 응원단도 소리치며 기뻐했지만 워낙 수가 적었던 탓에 홍콩 응원단의 소리에 이내 묻히고 말았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컵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차오윤딩(중국)이 웡와이(홍콩, 빨간유니폼)의 태클을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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