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수 불계승' 이세돌 은퇴가 아니라 한돌 은퇴?

자존심 상한 한돌, 제2국에서는 핸디캡 없이 맞수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 제1국에서 92수 만 불계승을 거두고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3년 전 알파고와 첫 대국에서 호선을 펼치던 이세돌 9단의 맷집이 통했던 것일까. 국내 최고 수준을 평가받는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첫 대국을 이세돌에게 어이 없이 헌납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국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한돌을 상대로 예상시간에 크게 못미친 92수 만에 불계승을 따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의 3년 전 대국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장시간 이어졌다. 초반에서 중반에 접어든 한돌과의 대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부담이 떠올라서였을까 이세돌은 프로기사 생활 25년만에 처음 두 점을 깔고 출발했다. AI를 맞수나 하수로 보지 않고 오히려 겸손한 자세로 대국에 임했다는 얘기다.

이번 대국 방식에 적용된 치수 고치기는 두 대국자 중 실력이 약한 상대가 바둑을 두기 전 미리 바둑판에 돌을 깔아놓아 기력 차이를 조정하는 것으로 이세돌이 두 점을 깔아 한돌의 실력을 높이 본 것이다. 제1국이 92수 단명국으로 끝남에 따라 제2국에서는 이세돌에게 핸디캡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우변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돌연 자신의 돌이 잡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수싸움에서 밀렸다는 것"이라며 "3년 전 알파고는 당시 클라우드 기반 최대 1920개의 CPU, 280개의GPU로 구성된 구글의 첨단 기계학습 라이브러리 텐서플로우를 활용해 280개의 GPU로만 초당 1433조 번의 연산 능력으로 다져진 바둑 인공지능이었다. 한돌이 국내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몸집과 학습능력 차이가 분명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세돌에 맞선 한돌은 NHN이 알파고 이후 2017년 12월 첫 선을 보인 바둑 AI 다.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하고 다양한 대국 데이터를 학습시키며 발전했다. 올해 1월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거뒀다.

8월에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참여해 처음으로 참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이들은 3년 만에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이세돌의 기력과 국산 AI 기술을 발전상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비록 짧게 끝난 첫 대국이었지만 물고 물리는 중반 이후 접전에는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대국을 시청한 강주원(31)씨는 "기대한만큼 긴박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막판 AI와의 수싸움을 벌일때는 내가 다 긴장돼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세돌 자랑스럽다", "고수 경기에서 두 점 먼저 깔고 시작하면 뒤집기 어렵다", "이세돌 은퇴 경기가 아니라 한돌 개발자 은퇴 경기인듯", "생각보다 짧게 끝났지만 손에 땀을 쥔 경기였다", "이세돌 정말 대단하다. 제2국도 좋은 결과 보여달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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