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알파고 꺾었던 78수로 토종AI도 78수로 꺾다

토종AI 한돌과 치수고치기 1국에서 불계승…2국은 호선으로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 제1국에서 92수 만 불계승을 거두고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대결에서 유일한 승리 기록을 갖고 있는 인간으로 기록된 이세돌 9단이 토종AI와 첫 대결에서 또 다시 우승했다.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에서 AI를 상대로 오후 2시 23분쯤 승리를 거뒀다.

3년 전 호선(동등)으로 대결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 9단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조건에서는 인간이 AI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양 쪽이 모두 공감한 상황으로, 이번 은퇴 기념 대국은 이른바 접바둑 형태의 '치수(置數·핸디캡)고치기'로 진행된 것이다.

이날 대국은 계속 한돌이 이끌었지만 포석을 마친 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첫 번째 승부처가 우변에서 발생했다.


이세돌 9단은 우변 자신의 돌을 돌보는 대신 상변에 집을 마련했고 한돌은 우변 흑돌을 둘러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만약 이세돌 9단의 흑돌이 죽거나, 살더라도 큰 손해를 본다면 단숨에 형세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큰 착각을 일으켰다.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한돌이 파악하지 못해 공격하던 요석 3점을 오히려 죽여 버린 것.

이날 불리한 핸디캡으로 시작한 한돌은 대국 초반 승률 10% 안팎에서 출발했으나 우변 흑돌을 공격하면서 30%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점이 잡히는 순간 승률이 3∼4%대로 폭락했고 더는 대국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편 이날 이세돌 9단에게 승기를 쥐게 된 결정적인 한 수는 78수였다.

3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꺾었을때도 78수가 전환점이 됐는데 이날 역시 78수에서 이세돌 9단의 묘수가 나온 것이다.

대국 이후 기자자회견에서 한돌의 개발사인 NHN 관계자는 "(알파고와 대국에서) 78수로 이긴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 대국에서 78수 이후 한돌의 승률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며 "솔직히 (이세돌 9단이) 대단하신 것 같고, 그전까지 한돌이 실제 판단하고 있었던 승률은 계속 오르는 상태였다가 78수 이후 79수부터 승률이 확 떨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이세돌 9단은 "저번 알파고 때와는 다른 것이 알파고 때는 정상적으로 두면 안 되는 수였다면 이번에는 사실 너무 당연한 수였다"며 "한돌이 (이런 수를) 생각을 못 했다는 게 상당히 의외였고. 너무 당연한, 프로라면 당연한 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첫판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은 19일 낮 12시에 첫판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대결한다.

마지막 3국은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21일 낮 1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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