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호준 소령(국군외상센터 외상진료팀장)
군에서 차량 사고로 팔을 절단할 위기에 있던 장병이 무려 12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팔을 되찾았습니다. 이 장병, 알고 보니까 후진하던 유조 차량하고 그 뒤에 있던 차량이 충돌하는 걸 막으려다가 왼팔 전체가 두 차량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한 건데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피부만 간신히 붙어 있을 뿐이었다는데 12시간에 걸친 봉합 수술 끝에 봉합에 성공을 한 겁니다. 이렇게 심하게 절단된 것을 봉합하는 일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해요.
어떤 분이 수술을 했나 봤더니 전에 총상 입고 귀순하던 병사. 그 병사 수술했던 그 이국종 팀의 의사시네요. 지금은 국군수도병원에 계세요. 이호준 소령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이호준 소령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술이 12시간이나 걸렸어요?
◆ 이호준> 네. 수술은 1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저녁 한 6시쯤부터 그다음 날 7시까지 했으니까 마취 시간 따졌을 때는 12시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12시간이 밤을 꼬박 샌 12시간이군요. 처음에 그 부상병이 병원 도착했을 때 상태가 도대체 어느 정도였던 겁니까?
◆ 이호준> 손상 기전을 봤을 때도 유조차에 팔이 끼었다라는 얘기만 들었을 때도 굉장히 심각할 수 있겠구나라는 예상은 이미 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서 봤더니 혈관만 끊어진 게 아니라 실은 피부와 신경을 제외한 나머지 면부 조직들을 포함한 뼈가 다 끊어져 있었던 거죠.
◆ 이호준> 실은 우리가 피부 같은 경우에 동물의 가죽도 소파로 쓰듯이 피부는 굉장히 질깁니다, 생각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버티는 게 피부기 때문에 실은 피부는 붙어 있었다고 보는 게 맞고 그다음에 신경도 굉장히 질기거든요. 이 두 가지는 버티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다 손상이 돼 있던 아주 심각한 상태입니다.
◇ 김현정> 눈으로 봐서는 이 정도까지는 잘 모르셨겠지만 이게 속으로 들어가 보니까 깜짝 놀라셨겠어요, 보고.
◆ 이호준> 그렇죠. 이런 경우에는 저도 이런 팔을 이어본 경험을 못 했었고 실은 대개 이 정도로, 짓이겨졌다고 표현을 하는데 그런 손상 같은 경우에는 절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했던 건 초기 대처를 해 줬던 야전 군의관이, 항공부대에 복무하는 군의관이 처음에 빠른 야전 처치술을 잘 해줬고. 그때 지혈이 늦어지거나 처음에 부대에 있는 군의관이 만약에 부재 중이었던가. 이래서 만약에 현장에서의 출혈이 많았다면 실은 저희가 처음부터 이것을 이으려고 노력하면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사실 이 정도 심하면 그냥 절단으로 가는 게 대부분이에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될 정도로. 왜냐하면 목숨을 구하는 게 먼저니까. 그런데 군의관이 초기 대응 잘해 줘서 이송까지가 잘 됐고.
◆ 이호준> 그것도 헬기로 이송을 해서 시간을 많이 벌어줬고.
◇ 김현정> 닥터 헬기예요, 그 헬기가?
◆ 이호준> 그게 저희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후송 헬기입니다, 의무 후송 헬기.
◇ 김현정> 그래서 헬기로 초기 대응 잘해서 와서 봉합은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라고 들어가셨겠지만 이게 봉합하다가 안 되면 사실 의사한테 부담이 보통 일이 아니어서 저는 이 정도 상황이면 결심하기가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하다가 그만둘망정 시도는 해 봐야겠다라고 결심하신 이유는 뭐예요?
◆ 이호준> 수술을 하면서 다른 분이 그런 소식을 전해 주더라고요. 이분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다친 것에 대해서 듣고 이렇게 훌륭하고 이 젊은 병사를. 21살의 굉장히 젊은 미래가 창창한 병사죠. 그래서 되게 안타까웠어요. 이런 분들을 치료할 때 실은 저희가 굉장히 동기 부여가 되거든요.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근무 중에 그렇게 노력하다가 다친 것만 하더라도.
그때 제가 칭찬하고 싶은 건 의정부 성모에도 권역외상센터가 있고 저희 아주대병원에도 권역외상센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때 의정부 성모에 파견 나와 있던 수술 간호 이나래 중위가 거기 파견 병원에서 비번이 끝났는데. 거기 외상센터는 수술이 많아서 바쁘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이 환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운전해서 분당까지 내려온 거예요, 의정부에서.
그렇게 비번임에도 나와 준 간호 장교. 그다음에 또 그리고 마취과의 의사가 원래 당직은 시스템상은 1명이에요. 그런데 그날 백혜선 교수라고 분당 서울대에서 교수를 하시다 오신 훌륭한 분이 계시는데 백혜선 교수님도 오셔가지고 환자가 안정되는 걸 계속 지켜봐주고 같이 와서 거의 두 분의 마취과가 계속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환자 상태 봐주고. 이런 당직팀 외에도 이렇게 와줬던 분들. 여태까지 저에 대한 얘기만 계속 나오니까 팀원들에 대한 사기나 이런 것에서도 걱정이 됩니다. 많은 헌신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원팀이죠, 원팀.
◆ 이호준> 실은 야전 부대에서 지원했던 전문의 군의관도 실은 우리의 팀이죠, 다. 한 동선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모든 삼박자가 맞아서 살려볼 수 있지 않았나. 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닙니다.
◆ 이호준> 처음에는 손도 차가웠고, 피가 안 통하니까. 그다음에 색깔도 많이 변해 가고 있었고. 그리고 감각도 약했었는데, 거의 없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피부 쪽 감각이 다 느껴지고 있고 신경이 회복되는 속도는 다른 데보다는 굉장히 느립니다. 그래서 이게 회복될 때까지는 아직은 좀 지켜봐야 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감각만 돌아와도 그게 얼마나 고맙습니까. 절단할 뻔했던 팔인데. 21살 장병은 뭐라 그래요?
◆ 이호준> 실은 굉장히 감사해 하고 계시긴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의료진들은 장애를 최소화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부모님 마음도 그렇겠지만. 그래서 장애를 최소화시킬 때까지 고삐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보호자들을 격려하고 환자도 격려하면서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고 물론 보호자와 환자는 팔을 자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사해 하고 있죠.
◇ 김현정> 보니까 우리 이호준 소령님, 이국종 교수 제자시더라고요. 2017년에 귀순하다가 총상 당했던 그 북한 병사. 그 수술할 때도 같이 참여하셨던 분이세요?
◆ 이호준> 네, 맞습니다.
◆ 이호준> 맞습니다. 저는 후배들도 항상 얘기를 하는 게 외과 같은 경우에는 여러 번 수술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은 수술에 참여해서 같이 배우는 경험이 많을수록.
그래서 저는 그렇게 수술을 많이 참여하게 해 주시고 그리고 또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가르쳐주시는 스승을 만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저는 복 받았다 느끼고. 이국종 교수님은 외부에 알려진 훌륭한 외상외과 의사시지만 그 외에도 되게 훌륭한 스승님이십니다.
◇ 김현정> 뭘 생각하면서 항상 이런 응급 수술할 때 임하세요? 교수님한테 배운 것들, 어떤 그런 것들 중에?
◆ 이호준> 제일 중요한 건 이건 되게 전문적인 거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시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명품과 일반 상품을 비교했을 때 차이는 실밥이라든지 디테일한 것에서 차이가 나는 거 거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거기서 차이 나는 거예요. 1%에서 차이 나는 거죠.
◆ 이호준> 맞습니다. 수술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부분들을 본인의 기술이라고 꽁꽁 감추는 게 아니라, 며느리도 모르는 게 아니라 제자들한테 다 오픈해서 가르쳐주고 설명해 주면서 수술해 주시는 그런 것들이 이국종 교수님 대단한 스승님이시죠.
◆ 이호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애 많이 쓰셨습니다.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의 이호준 소령이었습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