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뉴]'센돌'과 붙는 '알파고 키즈' 한돌, 대국 끝나고 뭐 할래

이세돌 9단 은퇴대국 상대 '한돌', 알파고 보다 강력한 상대
이세돌 9단, 2점 깔고 7점 반 집 덤으로…1국은 이세돌 9단의 불계승
인간 기보 보고 학습하던 바둑AI, 스스로 좋은 手 판단하는 수준까지
"전문지식 없이 분야 최고될 수 있는 바둑AI 기술, 적용 분야 무궁무진"
"바둑AI, 체스 등 다른 게임에 적용부터 신약개발 등에서도 활용 가능"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김수영 기자의 <왓츠뉴(What's New)>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덕기 > 새로운 IT 트랜트를 읽는 '김수영의 왓츠뉴' 시간입니다. 산업부 김수영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오셨나요?

◆ 김수영 > 한국 바둑의 전설 이세돌 9단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마지막 대국 상대로 토종 바둑AI(인공지능) '한돌(HanDol)'을 선택했는데요. 어제(18일) 첫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불계승을 거뒀고요. 불계승은 상대가 기권을 선언한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19일)과 모레(21일), 2차례 대결이 더 남아 있습니다.

이번 대국의 승패가 어떻든 3년 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대국 이후처럼 AI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바둑AI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 김덕기 > 이세돌 9단이 은퇴를 발표하면서 "알파고에게 패배한 것이 정말 아팠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했었는데 마지막 은퇴 대국을 다시 AI와 하게 됐네요.

◆ 김수영 > 사실 이세돌 9단이 처음에는 다른 프로들과 대국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퇴 대국을 부탁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차에, 마침 '한돌'의 개발사인 NHN 측에서 제의가 와서 은퇴 대국을 AI로 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자료=NHN 제공)
◇ 김덕기 > '한돌'은 국내에서 만든 AI인가요?(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이 3년 전 상대했던 알파고와 비교하면 실력이 어떤가요?

◆ 김수영 > 이번에 이세돌 9단과 붙는 AI은 '한돌 3.0'인데요. NHN은 한돌이 3년 전 이세돌 9단과 맞섰던 '알파고 리(AlphaGo Lee)'의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 기력(棋力)이라고 하고 기력을 측정할 때 'Elo 레이팅'을 사용합니다. 통상 인간 9단이 3500 정도, 3년 전 알파고 리가 3750인데 한돌 3.0은 4500을 넘는다는 거예요.

◇ 김덕기 > 인간 9단과 한돌의 차이가 1000이라는 것인데, 어느 정도 실력차이인가요?


◆ 김수영 > Elo 레이팅이 상대보다 150 정도 높으면 승률이 60~70% 정도 되고요. 400 이상 높으면 사실상 꺾기 어려운 수준으로 분석되거든요. 이세돌 9단과 한돌의 차이가 1000 정도라고 했는데요. 어제 첫 대결은 사실 좀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이세돌 9단의 78수를 한돌이 착각하면서 순간 승률이 크게 떨어져 더는 대국을 이어가지 못했거든요. 이세돌 9단과 NHN 관계자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제가 불계승을 거둔 것은 당연히 처음인 것 같고요. 은퇴 경기였었는데 좀 당황스럽기는 했습니다. 제가 참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도 조금 허무하거든요"
(이세돌 9단)

"사실 저희가 인공지능을 학습을 시키면서 프로 기사분들게 테스트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결과가 많이 달라서 약간 당황스럽습니다"(NHN 관계자)

재미있는 점은 3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꺾었을 때도 78수가 전환점이 됐는데요. 어제도 78수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 김덕기 > 이세돌 9단이 인간이 AI와 바둑을 둬서 이길 확률에 대해 "로또에 비견된다"고 했는데 로또에 당첨될 확률로 조금은 황당하게 이긴 것이군요.

◆ 김수영 > 네. 어제는 첫 대결은 같은 조건에서는 인간이 AI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양쪽이 모두 공감한 상황에서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핸디캡 인정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이세돌 9단이 흑을 잡고 2점을 먼저 깐 상태에서 덤 7집반을 주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어제 이세돌 9단이 이기면서 오늘 2국은 호선, 동등하게 치러질 예정입니다.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최선을 다한다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 대국인만큼 마지막 승부라고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이세돌 9단, 18일 한돌과 첫 대결 불계승 후 기자회견)

(자료=NHN 제공)
◇ 김덕기 > 3년 전 알파고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그 실력에 굉장히 놀랐었는데요. 바둑AI는 어떻게 이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건가요?

◆ 김수영 > 2017년 초까지만 해도 한돌은 인간이 둔 '기보', 바둑을 둔 내용을 기록한 것을 반복적으로 학습해서 다음 수에 대한 확률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학습을 했습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기보 없이 AI끼리 바둑을 두면서 학습하도록 실력을 더 업그레이드 했고요.

지금은 좀 더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이전 바둑AI들이 스스로 학습해 가장 좋은 수를 찾았다고 한다면 이제는 여러 사람과 동시에 상의해 가장 좋은 수를 찾는 '앙상블 방식'으로 실력을 쌓고 있다고 하네요.

◇ 김덕기 >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을 끝으로 은퇴를 하는데요. 한돌 같은 바둑AI에 적용된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건가요?

◆ 김수영 > '한게임 바둑'에서 출발한 한돌은 단기적으로는 게임을 고도화하는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바둑 외에도 다른 게임 서비스 등에 AI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NHN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 김덕기 >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요?

◆ 김수영 > 한돌 개발을 이끈 박근한 NHN 기술연구센터장은 올해초 "바둑AI는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영역이면 어디에나 쓸 수 있다"며 "게임 난이도 측정이나 사용자의 쇼핑 검색, 추천을 고도화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외에도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올해 초 세계 AI바둑대회에서 준우승하고 돌아온 '바둑이(BADUKi)'의 제작자인 고등과학원 이주영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알파고제로'에서 제로의 의미는 '전문지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둑에서 최고가 됐다'는 의미이고요. 바둑 말고도 체스, 장기 등 게임이라던 지 물리, 과학, 생물에서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런 AI를 적용하면 전문지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는 인간이 AI를 이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세돌 9단이 막상 승리를 하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에선 토종AI가 글로벌AI 못지않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승패를 떠나서 이번 대국이 우리나라 AI 발전에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덕기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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