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정부 부처보다 한 발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 신분임에도 '국민공유제' 도입을 촉구하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 원인은 이전 정부에 있다지만…"文정부 부동산정책도 너무 소극적"
17일 국회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는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인 서울의 서울연구원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정의정책연구소가 함께 주최했다.
진보정당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7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 대해 최대 광역지자체와 여당, 진보정당의 연구기관이 모여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다.
발제자로 초빙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인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 과열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유도가 결합한 결과"라면서도 현 정부의 대응 또한 과감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거래규제 강화, 세제 강화, 주택금융규제 강화,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각종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과도한 데다 종부세 강화안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책이 약한 상황에서 지난해 용산과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 등이 이뤄지면서 서울의 주택가격이 급등했고, 가격 양극화가 심해지며 강남의 주택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고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투기가 지속되는 핵심 원인은 과도하게 낮은 보유세와 양도세"라며 "현재의 임대주택 등록제도 박근혜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추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 혜택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의 투기 흐름을 끊으려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는다면 어떤 부동산 대책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고가 주택보유자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유예기간을 두고 양도세를 강화해 투기용 보유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센터 연구위원도 "핀셋 규제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보유세 강화"라며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위원은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과 순임대소득을 합해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9%인 374조6000억원에 이르렀다"며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로 발생하는 불평등의 주범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최적의 정책수단은 결국 보유세이므로 문재인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공감대를 모은 또 하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였다.
발제자로 나선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거대 세력과 이해관계 집단을 형성한 부동산 과두체제의 타락이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타개책의 하나로 부동산가격 공시제도의 개혁을 꼽았다.
김 교수는 "과세표준가격의 설정은 조세행정의 출발점인데 현재의 부동산 과표 설정의 핵심인 공기가격 제도는 이미 부실 논란에 휩싸인 상태"라며 "공시가격은 전체적으로 실거래가보다 매우 낮을 뿐더러 반영비율 또한 제각각이어서 보유세가 자산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고 까지 비판했다.
그는 2013년 기준으로 아파트의 71.5%, 단독주택의 59.2%만 실거래가가 반영되고 있는 공시지가를 개혁하려면 부동산 감시기구와 공시가격 평가 담당 주체를 분리하는 한편, 객관적인 가격이 산출되더라도 정부가 시장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적정 공시율을 적용하는 등 정책 목적에 따른 유연한 활용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도 "공시가격이 적정가격 개념으로 돼 있는데 국제적 표준인 '시장가치' 개념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평가는 정확하게 하되, 활용을 유연하게 한다면 공시가격을 시장가치의 10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불로소득 국민이 함께 나누자는 '국민공유제' 목소리도 커져
이들 외에도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원 또는 환수해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국민공유제'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공유제는 토지의 공공성, 개발이익이 토지소유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장경제 원리만을 적용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관철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을 고려해 이익을 국민 전체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정책이다.
김용창 교수는 "국가적·사회적으로 창출된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공유기금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상생발전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소비기금은 기본소득으로, 창업기금은 신산업창출로, 복지기금은 미래세대 재생산과 노후세대의 삶의 안정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자로 자리를 지킨 박원순 서울시장도 "보유세 등 부동산에 대한 세입은 가칭 '부동산공유기금' 등으로 만들어 이 기금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증대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에게 생산시설 등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동시에 대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거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투기 이익에 대한 확실한 환수라는 측면에서 공시가격의 온전한 현실화와 보유세의 대폭 강화라는 2가지 부분에서 전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은 중앙정부가 하기 때문에 서울시는 많은 권한의 제약과 어려운 재정 여건이라는 상황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온 만큼, 중앙정부도 투기금을 활용해 온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