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IT기술·전자상거래 발전과 공유경제도 저물가 요인"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디플레 우려 거듭 일축
"인구 고령화, 자동화 진전도 임금상승 제약해 저물가 유발"
"경제구조 변화로 통화정책 효과도 과거와 달라졌을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한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수요와 공급 측면 물가압력 약화 뿐 아니라, IT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유통비용 절감 등 경제구조 차원의 변화도 최근 저물가 상황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최근의 저물가가 국내경제의 성장세 저하에 따른 수요측 요인, 국제 유가 하락 등에 따른 공급측 요인, 정부의 교육·의료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물가 하방압력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실제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라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큰 폭 낮아졌다. 저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는 데 따른 우려는 우리도 걱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수요·공급측 영향을 제외하고 본 기조적 물가흐름은 1%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물가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디플레이션의 일반적인 정의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 전망은 당분간 수요 측면 물가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 물가 하방압력이 점차 완화되면서 내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내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장기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 이르는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수준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경기나 일시적 요인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상품시장에서는 글로벌화와 IT기술 발전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 등이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접구매가 확산되고 공유경제가 점차 활성화되는 등 소비행태의 빠른 변화도 저인플레이션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노동시장에서는 인구 고령화라든가 자동화 진전 등이 임금상승을 제약하고 그에 따라서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구조적 변화는 우리 뿐 아니라 주요 외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 이에 따라 경기와 물가 간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크게 약화됐다는 연구결과가 지속 등장하고 있는 점을 이 총재는 특별히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같은 경제구조의 변화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와 효과가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물가안정을 중요한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 연준이나 유럽연합 ECB 등 주요 중앙은행도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책여건 변화에 적합한 통화정책 체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진행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며 "한은도 이를 참고하면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효율적 운영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물가목표 달성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앞선 2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상충하지 않는지에 대해 "금리인하가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거시경제여건과 금융안정 상황에 비춰 볼 때 지난 두 번의 금리인하 조치는 그 당시 상황이 경기와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행됐던 것"이라고 답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