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이상훈·강경훈 1년 6개월 '실형'…법정구속

'그린화 작업' 주도한 삼성 임원·경찰 등 7명 실형
삼성-협력업체 수리기사 "파견관계 맞다" 새 판단
재판부 "노조와해 증거 너무 많아…미전실 조직적 범행"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를 와해하려 조직적으로 전략을 수립·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고위 임원들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재판에서 나온 수많은 증거들을 통해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파견근로관계로 봐야 한다는 새로운 판단도 내렸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 각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의장에 대해 선고하면서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 가담에 대해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할 수 없다"며 "여러 증거가 너무나 명백해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들을 법정구속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지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련 예규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법정 태도, 항소심에서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을 종합했다. 잘못은 피고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 등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를 와해·고사하려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노조 와해를 진행하기 위한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그린화 전략에 가담한 삼성 고위 임원과 이들의 지시에 따라 노사 교섭을 방해·해태한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사장들, 한국경총 직원, 정보국 경찰 등 피고인만 총 32명에 달한다.

재판부는 이처럼 미전실에서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의 폐업을 유도한 '기획폐업'과 △노조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거나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불이익을 준 점 등이 모두 개별 협력사 사장이 아닌 미전실 고위 관계자들의 책임으로 인정됐다.

또 △미리 마련한 시나리오에 따라 13개 협력업체에서 노사 단체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사망한 노조원의 유족이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을 치르도록 경찰을 동원해 뇌물을 준 점 등도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센터들이 단순 협력업체가 아닌 삼성의 하부조직이며 소속 수리기사들도 파견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새롭게 판단했다. 이에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용자'로서 이번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재판부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를 근로감독한 뒤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관련 민사재판 1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며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상당한 증거들 새롭게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와 수리기사들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했고 협력업체는 삼성의 하부 조직으로 운영돼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과 강 부사장, 박 전 대표 외에도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최평석 삼선전자 서비스 전무가 각 징역 1년,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의 돈을 받고 노사 교섭에 개입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정보경찰 김모씨는 징역 3년을, 삼성전자와 서비스에 노조와해 전략을 코치한 자문위원 송모씨는 징역 10개월형을 받았다.

실형이 선고된 7명 외에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대부분이 징역 6개월~1년6개월과 집행유예 2~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국경총 본부장과 상무에게는 벌금 700만~800만원이 선고됐다.

이날 선고로 2013년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된 지 6년 만에 노조와해 사건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에서도 기소된 13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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