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12·16대책에 '사다리 걷어차기' 비난 동의 못해"

"집값 계속 오른다면 대출을 받아도 못사…가격 안정이 관건"
보유 주택 2채 중 하나 매각키로…"세입자에게 어제 알렸다"
"일본 따라가면서도 버블붕괴는 안따라…금융안정 측면서 다행"
"떨어질 때 됐는데도 우리가 모르는 건 아닌지 두려움도 있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 근처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를 골자로 하는 12·16부동산대책이 결국 중산층의 내집마련을 막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집 2채 가운데 하나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대책 관련 질의에 "여러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의 여러 지적을 다 감안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은 위원장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조치가 15억 미만 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려 중산층의 주택구매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에 대해 "15억 이하 주택의 가격이 오른다는 가정에 동의할 수 없다. 왜 오른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반론을 이어갔다.

그는 "중산층이 집을 살 기회를 줄이는 게 아니냐,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 지적하는데, 거꾸로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할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만 가지고 중산층이 집을 살 수 있는가에 답하기 어렵다"며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버리면 대출을 받아도 못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주택 가격이 안정되는 게 중산층 내집마련에 도움된다. 정부는 15억 초과 주택의 대출 중단이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격이 안정됐을 때 중산층이 집을 살 기회가 생긴다는 취지로 정책을 입안했다"며 "15억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아울러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경우 집을 한채만 남기고 팔라는 청와대 방침에 자신도 따르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세종에 보유 중인 2채 가운데 세종 소재의 한채를 팔겠다는 얘기다.

그는 "나도 (주택을 매각하는 게) 당연하다. 어제 오후 5시쯤 (매각 대상 주택의) 세입자한테 그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냉정히 따지면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올랐다"며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아파트 가격을 연봉의 몇배, 쌀 몇 가마 하는 식으로 감을 잡았는데 지금은 계산이 엄청나게 커졌다. 젊은 사람들한테 집 사라고 말하는 것은 어른들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비교하기도 했다.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예로 많이 드는데, 일본은 집값이 폭락하고 버블이 붕괴됐다"며 "고령화 사회 등 우리가 일본을 다 따라가면서도 집값만 아니다. 집값 폭락하면 은행이 위험해지니까 금융위원장으로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안 떨어질까, 행여 떨어질 때가 됐는데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면서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과연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느냐,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은 대출금지 조치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과 싸우겠다는 의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대출 제한기준인 집값이 15억원으로 결정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 부동산 점검반에서 점검해보니까 한 15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들이 집값 상승을 선도했다. 이같은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15억원에 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부른 하나은행·우리은행에 대한 중징계 처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이 제재심의를 올리면 중징계 의결을 할 것이냐는 가정을 근거로 답을 하기는 어렵다"며 "또 다른 금융위원들의 의견 하나하나 소중한데, 이 자리서 내가 먼저 어떻게 하겠다고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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