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담당 검사·형사 무더기 입건…증거 조작도 확인

수사본부,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담당 형사 2명도 입건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정식 변경
신공공개위원회, 이춘재 신상공개 결정

(일러스트=연합뉴스)
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해 당시 담당 검사와 형사들을 정식으로 입건했다.

또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를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공소시효가 소멸돼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반기수 수사본부장)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8차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과 경찰 관계자 8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A 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 B 씨와 담당검사 C 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8차 사건 당시 수사 경찰들에 대한 정식 입건은 경찰 스스로 당시에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수사본부는 또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도 조작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 본부장은 "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은 그 추론 방법이 오류의 가능성이 많으며 완전하지 못한 상태로 과학적 증거방법으로서의 신뢰성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법 과학분야에 도입하여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의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의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수원지법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수사본부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수사 당시 형사계장이었던 D 씨가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한 후 은닉한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 D 씨와 당시 형사 1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 참여한 경찰 52명, 의경 18명, 참고인 89명 중 사망한 9명과 소재 불명 1명 제외한 149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두 사람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반 본부장은 "당시 주민으로부터 야산 수색 중에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받았었고, 김양의 부친과 사촌언니를 참고인 조사하면서 줄넘기에 대한 질문을 확인했다"며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를 사체 은닉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1989년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 모(8)양이 하굣길에 실종된 사건으로, 이춘재는 김 양을 자신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수사본부는 또 이날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과 강간(미수) 사건을 이춘재의 범행으로 판단하고 추가 입건했다.

아울러 신상공개 위원회를 통해 이춘재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고, 사건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정식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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