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1위' SK,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연패는 없다' SK 선수들이 지난 15일 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사진=KBL)
프로농구 SK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두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9위 추락을 겪은 SK는 롤러코스터처럼 올 시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SK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16일까지 16승6패, 승률이 무려 7할2푼7리에 이른다.

공동 2위 그룹인 부산 kt-안양 KGC인삼공사(13승9패)와는 3경기 차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꽤 큰 승차다.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창진 감독의 복귀로 화제를 모은 전주 KCC와 개막전에서 연장 끝에 패배하며 불안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이후 2연승과 5연승 등 승수를 늘려갔다. 10, 11월 모두 6승2패씩을 거뒀고, 12월에도 4승2패의 호성적이다.

무엇보다 SK는 올 시즌 연패가 없다. 문경은 감독이 "선수들에게 연패는 하지 말자고 했는데 잘 되고 있다"고 흐뭇하게 웃는 이유다. 현재 7연승을 달리는 kt처럼 연승이 길지는 않았지만 연패도 없다. 패배 사이에는 반드시 2연승 이상을 거둔다.

긴 정규리그를 치르는 데 가장 이상적인 행보다. 긴 연승은 피로감이 쌓여 연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적이 들쭉날쭉하면 팀이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2승1패씩 차곡차곡 쌓아가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고 결국은 정상에 오른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야구 감독들이 "연승보다 2승1패가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SK는 정규리그 9위에 머물렀다. 이전 시즌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급전직하했다. 겨우 20승(34패) 고지를 밟았다.

그런 SK가 올 시즌에는 30경기 이전에 20승을 거둘 기세다. 무엇이 이렇게 달라진 걸까.

2018-2019시즌 SK 안영준이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사진=KBL)
무엇보다 부상이 없다는 게 크다. 지난 시즌 SK는 주전급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성할 날이 별로 없었다. 문 감독은 "상대와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 자신과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면서 "작전을 짜기보다 선수 명단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모두 뛴 선수가 최원혁 1명뿐이었다. 안영준(39경기), 최준용(32경기), 김민수(20경기) 등 SK가 자랑하는 장신 포워드진이 무너졌다. 그나마 44경기에 출전한 가드 김선형은 "선수들이 워낙 많이 빠지다 보니 게임 리딩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외인들은 더 심했다. 부상과 기량 미달 등으로 무려 7명의 선수가 들락날락했다. 애런 헤인즈만 31경기, 크리스토퍼 로프튼이 22경기를 뛰었을 뿐 5명은 20경기도 채우지 못했다. 전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외인이 이러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그래서 SK는 올 시즌 외인 영입의 첫 번째 기준을 건강으로 정했다. 문 감독은 "기량은 10개 구단 평균 정도면 되니까 뛰어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5살 젊은 자밀 워니(199.8cm)는 올 시즌 22경기를 모두 출전했고, 28분여를 뛰었다. 평균 20.3점(3위) 9.7리바운드(4위) 3.1도움으로 성적도 대만족이다.

그리고 비시즌 훈련을 충실히 소화해 부상 위험을 줄였다. SK 구단 관계자는 "사실 우승 시즌에는 봄 농구도 길었고, 이후 이런저런 행사로 훈련을 3개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시즌 뒤에는 6개월 정도 완벽하게 훈련해 체력과 내구성을 길렀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SK는 큰 부상 선수가 없다. 워니와 김선형, 최준용, 최부경, 김건우 등이 전 경기를 뛰고 있다. 안영준(20경기), 최성원(21경기), 김민수(17경기) 등도 든든하게 버틴다.

올 시즌 달라진 제도도 SK로서는 반갑다. 지난 시즌에는 1∼3쿼터 중 2개 쿼터에 외인이 2명까지 뛰었지만 올해는 전 쿼터에 1명만 뛴다. 당연히 국내 선수 비중이 높아졌다. 국내 선수층이 두터운 SK로서는 상대적인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강하기까지 하니 더 전력이 세진 것.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한 SK 최준용(2번)이 잠실 라이벌 삼성과 경기에서 호쾌한 덩크를 꽂는 모습.(사진=KBL)
여기에 최준용이 장거리포까지 장착하며 급성장했다. 최준용은 평균 11.1점으로 데뷔 후 4시즌 만에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 중이다. 2라운드 MVP를 받기도 했다. 우승 시즌 신인왕 안영준도 9.4점으로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팀 중심 김선형도 평균 12.6점으로 팀 국내 선수 1위의 여전한 기량을 보인다. 도움은 4개로 전체 6위이자 팀 내 1위. 특히 화려한 공격이 줄어든 대신 가로채기 1위(2.1개)의 수비력이 좋아졌다.

김선형은 "우리 팀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좋아 선수들끼리도 다치지만 않으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면서 "나 역시 공격보다 수비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잘 하는 선수가 많다 보니 새로 영입한 전태풍 등이 뛸 시간이 별로 없다. 문 감독은 "최성원이 잘 해줘서 태풍이에게 좀 미안하다"고 할 정도.

다만 다시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불안 요소도 있다. 특정팀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SK는 올 시즌 6패 중 4패를 두 팀에 당했다. kt와 원주 DB다. 모두 상위권 팀으로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만회할 기회는 있다. SK는 kt와 3번, DB와 4번 맞대결을 남겨놨다.

챔프전 우승의 후유증 속에 지난 시즌 9위의 아픔을 겪었던 SK. 그러나 올 시즌에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넘사벽'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과연 SK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딛고 두 시즌 전의 영광을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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