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민주당은 '선택적 개혁'을 할 셈인가

선거제 급격 퇴보…2015년엔 '100%연동제' 주장하더니 지금은 '50%'에 캡까지
이인영 "최저이익" 발언…결국 개혁보다 '민주당 이익' 확보위한 후퇴 고백
야당일 땐 '개혁', 여당되니 '당리당략'…개혁의 진정성 의구심
검찰 '선택적 수사' 비판하지만 민주당도 '선택적 개혁' 꼼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속도를 내던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제 개혁안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3일에 이어 16일에도 국회 본회의 상정에 실패하면서 선거제 개혁안이 자칫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차라리 한국당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만 논의하고, 선거제 개혁안은 원안(지역 225석+비례 75석·50% 연동)을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안은 '민심 그대로의 의석수 배분'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당 안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250+ 비례 50' 가운데 과반인 30석에만 연동제를 적용하자는 민주당의 막판 제안에 정의당 등이 반대하면서 민주당이 내놓은 '엄포'에 가깝다.

'더 이상 민주당 안을 받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선거제도 개혁안은) 민주당의 최저 이익"이라고 말했다. 선거제 개혁안이 계속 퇴보한 것이 민주당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고백과 다름 아니다.


연동형 비례 의석수를 제한하기 위해 '캡'을 씌우는 것은 사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상당수의 의석을 획득하면 비례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일부 비례 의석수를 지금의 제도를 살려 떼놓으면 민주당은 지역에서 득표율 이상의 많은 의석을 갖더라도 별도로 비례를 챙길 수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 대표를 지냈던 2015년 당론인 '지역 200석+비례 100석'(100% 연동제)보다 훨씬 퇴보한 것이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런 안을 내놓자 문 대통령은 "당 혁신위가 제안한 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이고,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혁신 방안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를 급격하게 줄일수 없다는 현실론 외에 '우리가 손해볼 수 없다'는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후퇴를 거듭했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이 주장하는 석패율제에 대해 "오히려 중진들에 우선적으로 악용되는, 의미가 퇴색한 결과를 갖고 온다"(이해찬 대표)며 연신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석패율제가 선거제 개혁안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들리지만, 얼마든지 대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정의당 심성정 대표는 중진 의원들은 제외하는 장치를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캡을 씌우지 않으면 석패율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석패율제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 "군소 정당들의 출마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아무래도 이에 대한 기대로 지역 출마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의당, 평화당 등과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이 손해를 볼 여지가 생긴다.

여기서 한술 더 떠 민주당 내부에선 "그럼 민주당이 얻은 득표율은 비례의석으로 반영이 안돼 사표가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동제의 비례성을 떨어뜨리려는 주장을 하다보니 이젠 개혁안의 취지를 원천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논리와 닮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갖고 간다고 가정하면 (정당 득표를 많이 올려도) 비례대표는 전혀 못 들어온다"며 "(이 경우) 민주당에 추천된 40%가 사표가 되고, 한국당에 대한 40%도 마찬가지로 사표가 된다. 도합 80%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제기하려면 애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다. 거대 양당이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해, 결과적으로 민심과 괴리된 의석수 배분이 잘못됐다는 인식 하에 선거제 개혁안을 마련해 놓고 이제 와서 개혁안에 대한 반대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갖고 비례의석수도 수십석 얻을 수 있는 길은 현행 선거제 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거제를 개혁한다고 나서지 않았어야 한다.

차라리 '수년간 주장해온 선거제 개혁이 막상 하려보니 우리 이익과 맞지 않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게 솔직한 모습이다.

필요할 때는 개혁세력임을 자처하다가 눈앞에 손실이 걱정돼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수권정당으로서 자격을 의심케 한다.

지금 검찰 수사를 놓고 민주당은 검찰이 여권에 집중된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당 관련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이나 나경원 의원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에 대해선 굼뜬 수사를 하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에 이어 하명 수사 의혹, 감찰 무마 의혹 등에 대해선 전광석화처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찰의 숨은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당도 개혁에 대해선 검찰만큼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자신에게 유리한 개혁만 하겠다는 '선택적 개혁'은 정략적 행위 이상으로 평가 받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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