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6일 주최한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규탄대회’ 참석자들과 국회 경비대 및 방호처 직원들은 출입을 놓고 충돌했다. 국회 사무처가 ‘폭력 사태’를 우려해 출입을 봉쇄하자, 규탄대회 참석자들은 이를 뚫고 들어와 온종일 국회 내에서 농성을 벌였다.
◇ 한국당, 3당 회동 불참…본회의 무산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선거제 개편안 본회의 상정 실패 후 여야 지도부에게 주말 동안 마라톤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주말 동안 여야는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이날 오전 예정된 3당 원내대표 회동도 무산됐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 재차 소집된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했다. 이에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1 협의체(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 내부에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합의안 도출이 난항을 겪자, 한국당 역시 전략적 모드를 취했다.
한국당은 4+1 내부 합의안으로 거론된 ‘250(지역구)+50(비례)’ 대신 원안인 ‘225(지역구)+75(비례)’를 상정할 경우 무기명 투표를 전제로 참석을 검토해보겠다고 선회했다.
원안이 상정될 경우, 통폐합 지역구 의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4+1 협의체 내부 반대표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국당 규탄집회 참석자들, 출입 봉쇄 두고 반발‧충돌
한국당은 이날 오전 본청 계단 앞에서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주최측 추산 수천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시작 전부터 국회 경비대 등과 충돌하며 소란을 빚었다.
국회 사무처는 일부 지지자들 중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했지만 한국당의 항의 이후 개방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 들어올 때 자유롭게 들어왔냐”며 “싸우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국회로) 들어온 여러분이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가 승리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한다”며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여러분이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 격앙된 한국당 지지자들, 장시간 농성…욕설·폭행 논란도
규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진입한 한국당 지지자들이 행사 후에도 국회 본청을 둘러싸고 장시간 농성에 이어 의원 폭행 사태에 연루되는 등 말그대로 국회는 온종일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또 국회 본관 앞에서 야외 농성 중인 정의당·바른미래당 천막에 있는 당원들에게 "당장 꺼지라"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폭력사태 우려가 커서 오전에 출입을 막았지만 한국당이 ‘평화롭게 행사 후 해산하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런 사태가 됐다”며 “지난주 금요일에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떼로 몰려온 적이 있어서, 이번엔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외부인들의 집회 참석을 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이날 발생한 불법행위와 관련해 황 대표를 비판하며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은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등 불법행위에 대해 모든 가담자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수사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앞 선거개혁 농성장에 있던 정의당 당원 및 당직자들에게 장시간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며 그 와중에 한국당 황 대표는 집회 대오의 환호를 받으며 당당히 국회 본청으로 입장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소란을 피운 규탄집회 참석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해산 요청을 했다. 요청에 불응하던 이들은 이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해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